[김대한의 영화 그땐 그랬지] 코주부 허장강

  • 입력 2006-01-25 07:59  |  수정 2006-01-25 07:59  |  발행일 2006-01-25 제19면
1천여 작품 출연 천의얼굴 연기자

성격파 배우 허장강의 영화 속 한마디,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해볼까"는 지금도 전해지는 유행어다. 쭉빠진 몸매와 큰 키, 길쭉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큰코는 그의 본명인 '허장현'보다 별명인 '코주부'로 더 친숙하게 만들었다.

허장강의 고향은 서울 뚝섬이다. 1922년 5월9일생으로 서울 인문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40년부터 악극단에 들어가 태평양, 은하수, 반도, 백조가극단에서 10여년 동안 악극배우로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6·25전쟁으로 허장강은 육군 군예대에 들어가 일선장병 위문공연에 참가했다가 전쟁이 휴전으로 소강상태에 이르자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입성 후 그가 출연한 영화가 이강천 감독의 불멸의 출세작인 '아리랑'이다. 춘사 나운규의 동명작품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허장강은 주인공 영진으로 출연했다.

영화 스토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영진은 집 외양간에 숨어있던 2명의 미군을 동생 영희의 간곡한 설득으로 도와준다. 이 일이 영희를 흠모하는 북한군 기호에게 발각된다. 영희는 기호에게 조건부 협박을 당하는데, 이를 거절하고 미군을 데리고 산으로 도망간다. 기호를 비롯한 북한군들이 이들을 추격하고, 정신이상이 된 영진이 기호에게 총을 겨눈다. 피를 보는 순간 영진은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영진은 영희와 함께 북한군에 맞서 싸운다. 마침 진격해온 아군이 가세한다. 이윽고 북한군은 섬멸되는데 영희가 죽어있다. 영진은 사랑하는 동생 영희의 시체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이 영화에서 허장강은 악극단 시절 닦아온 연기력을 발휘해 일약 스타로 탄생했으며, 악극배우 출신 영화배우 제1호로 손꼽힌다.

허장강은 이후 이강천 감독이 만든 영화 '피아골'(1955)에 출연해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동지를 능욕하고, 급기야 살인을 저지르는 빨치산 역할을 맡았다.

그는 1천여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주로 사기꾼·깡패·유부녀 간통 등 악역을 도맡아놓고 했다. 그러나 많은 관객은 그를 악인으로 기억하기보다는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로 기억한다. 그는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연예인 축구대회 경기도중 심장마비로 52세의 한창 나이로 급서했다. 영화계는 물론 많은 이들이 크게 슬퍼하고, 애도했다. 그의 아들 허기호·준호 형제는 대를 이어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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