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김지훈 감독

  • 입력   |  수정 2008-10-10  |  발행일 2008-10-10 제면
범어동에서 태어나 처음엔 야구선수가 꿈
어릴때부터 철학적 사색 즐겨, 요즘엔 연극 '늘근도둑…' 연출
배창호감독 작품에 감명 중학교때부터 영화인 꿈
침체된 대구 잘 살려면 감성도시로 만들어야
대구 출신 김지훈 감독

영화감독 김지훈. 대중에게 그의 이름 석자는 아직 낯설지만 영화 '목포는 항구다'와 '화려한 휴가'의 감독이라는 부연설명이 이어지면 단박에 낯설음은 친근함으로 바뀐다. 각기 다른 장르로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한 그는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즐겨하는지를 간파해 이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지장(智將)에 가깝다. 덕분에 "역사에 대한 참회의 심정으로 만들었다"는 '화려한 휴가'는 관객 743만명을 동원하며 명실상부한 최고 흥행감독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런 그가 지금은 "영화의 모태가 되는 순수예술을 하고 싶다"며 연극연출자로 또 다른 잠재력과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있다. 연출을 천직으로 여기고 이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김지훈 감독. 덕분에 그와의 대화는 가공할 에너지를 내재한 활화산처럼 일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 연극 '늘근도둑…'과 영화감독 김지훈

김지훈은 일하는 것 못지 않게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화감독들이 보통 3년을 주기로 휴식을 취하고 차기작을 준비한다고 보면 그는 이 기간을 연극이라는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휴식을 겸한 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그가 연출을 맡고 있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그 일환이다. 그는 기존의 극을 해학을 중심으로 살과 뼈를 더했고, 사회적 이슈들을 즉각적으로 반영해 대중과의 소통을 이뤄냈다. 그래서일까. 올 1월 초연을 시작으로 두 달을 예정했던 이 작품은 내년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갈 만큼 대중적인 인기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 고향 대구 범어동

대구 범어동에서 2남3녀중 막내로 태어난 김지훈은 처음 야구선수가 되길 꿈꿨다. 몸이 약해 그 꿈을 접었지만 아직도 야구라면 가족과 영화 다음으로 사랑한다는 그다. 그런 그가 영화에 처음 눈을 뜨게 된 것은 중학교 재학시절,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밤'과 '기쁜 우리 젊은날'을 보고 나면서부터다.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영화를 하면 '관객들에게 감동과 삶을 전달할 수 있겠구나'하는 것을 그 때 처음 깨달았죠."

어찌보면 그가 또래의 친구들과 달리 어려서부터 심오하고 철학적인 꿈을 가지게 된 것은 터울이 나는 형과 누나들의 영향이 컸다. 덕분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단 혼자 여행하고 사색하기를 즐겼고, 그의 손에는 항상 누나들이 즐겨읽던 이방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책이 들려 있었다. 물론 일찍 아버지를 여읜 탓에 경제적으로도 많은 고생을 했다는 그다. 하지만 당시의 고생이 자양분이 돼 척박한 환경의 영화판에서 견딜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육체와 경제적인 고달픔이 아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갔다는 것에 대한 생소함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구에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자문을 구할 만한 선배도 없었다. 하지만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감독으로서의 그의 자질과 가능성은 재학중 발표한 단편 '온실'이 해외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면서 수면위로 부상한다. 그 일로 그는 영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게 됐고, 영화가 예술의 영역만이 아닌 콘텐츠로 전세계와 호흡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졸업후 바로 충무로로 넘어가 '여고괴담' 연출부 생활을 시작으로 상업영화의 메커니즘을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차기작으로 불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를 준비중이라는 그에게 문화예술인의 시각으로 침체에 빠져있는 대구의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소신을 피력했다. "KTX의 등장으로 물리적인 거리는 단축됐지만, 오히려 심리적인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21세기는 감성시대입니다. 기능보다는 디자인이 더 먹히는 시대죠. 그런 점에서 대구는 감성도시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화와 예술이 통합된 정신적인 랜드마크가 필요합니다. 경제는 흥하고 망할 수가 있지만 문화나 예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높잖아요? 대구에 오면 영혼이 살찔 수 있고,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이란 의식을 심어주면 어렵지 않게 21세기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덩달아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크겠죠."

대구 출신 김지훈 감독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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