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있는 조민식씨(가명·36)와 한 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김민정씨(가명·36)는 8년 전 재혼했다. 둘 다 한 번의 아픔이 있었던 만큼 서로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기로 하고 어렵게 결심한 결혼이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둘은 자주 싸웠다. 남편은 퇴근 후 매일 집에서 술을 마셨다. 아내 김씨가 남편 조씨에게 “술 좀 그만 마셔라”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내 집에서 술 먹는 것도 잘못이냐”며 화를 냈다. 소주 2병을 다 비우면 새벽 2시. 술을 먹지 못하는 아내는 술 취한 남편 앞에 앉아 졸음을 참아 가며 넋두리를 들어야 했다.
말이 없는 남편은 아내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남편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됐다’ ‘싫다’ 같은 단답형이다. 말을 하면 자꾸 끊어 버린다”며 “잔소리뿐만 아니라 가족 얘기를 하는데도 듣기 싫어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려 심한 말을 한다고 했다. 조씨는 “충동적으로 화를 내고 아내 얘기를 안 들으려 말을 잘라 버린다. 하지만 하고 나면 후회도 한다”며 “그래도 다음 날이 되면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고 털어놨다. 중학생인 조씨의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직장을 이동하는 일도 자주 있어 여러모로 힘이 들었던 것이다.
몇 달 전, 이 둘을 곁에서 지켜본 김씨의 여동생이 ‘부부상담’을 권했다. 의외로 조씨가 찬성했다. 그는 부부 개별 상담에서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고 싶다’고 속마음도 내비쳤다. 상담 횟수가 늘면서 남편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조씨는 “내 생각에만 너무 치우쳐 있었던 것 같다. 아내가 하는 말이 싫은 소리도 아닌데, 다 들어보지 않고 신경질적으로만 대했다”고 했다. 지난 주말엔 가족끼리 야외에 나가 외식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또 한 번 반성이 됐다고 했다. 김씨 역시 “남편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조씨는 “둘 사이에 생긴 문제지만, 상담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한 번에 변할 순 없겠지만, 앞으로 아내와 문제가 생기면 한 번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갈 것”이라며 “아내와 딸아이에게 좋은 가장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고 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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