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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서류뭉치, 각종 불법행위 단속, 민원인과의 입씨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대다수 공무원. 시민의 높은 기대치에 비례해 업무 스트레스를 달고 다니는 이들은 가정으로 빨리 돌아가 위안을 받고 싶다고 갈구한다. 그래서 대구지역 각 지자체에는 2004년을 기점으로 ‘가정의 날(family day)’이 속속 생겨났다. 이날만큼은 칼퇴근을 해도 눈치 볼 일이 없고, 일찍 귀가해 가족에게 모처럼 후한 점수도 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자율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활용에 우여곡절이 많다.
대구시 달서구청은 2006년 9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 운영 중이다. 오후 6시 퇴근을 권장하고, 업무정리를 감안해 늦어도 7시까지는 청사를 모두 떠나도록 하고 있다. 이날만 되면 총무과 직원이 청사를 돌며 “일이 있으면 내일 하라”며 퇴근을 독촉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남구청도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 야근을 금지시켰다. 야근을 해도 이날은 야근 수당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정의 날 행사는 가정과 직장의 균형 있는 양립을 위해 마련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시간외 근무수당 절감효과가 있어 각 지자체도 권장하는 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행사가 실효성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한 구청 공무원은 “급한 민원이 생기거나 야간에 단속을 나가야 하는 부서 직원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구청 공무원은 “가정의 날에 일부 직원은 집으로 향하지 않고 동료와 술파티를 하는 등 역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의 날 행사가 자율(권고)적으로 행해지는 탓에 운영의 묘를 발휘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안내방송도 잘 하지 않아 가정의 날 행사가 언제인지 모르는 공무원도 수두룩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색다른 프로그램까지 마련하고 있다.
중구청의 경우, 육아데이를 운영한다. 2007년 9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매월 6일(평일) 구청에서 별도 가족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직원을 대상으로 동화구연 강의를 하고, 영화티켓(가족당 2매씩)도 나눠준다. 피자 만들기, 친환경 비누 만들기, 야경 골목투어도 반향이 좋았다.
서구청은 2011년 3월부터 청사 구내식당에서 월 2회 ‘맛찬 데이(첫째·셋째주 수요일)’를 운영하고 있다. 사전에 주문하면 당일 식당에서 밑반찬을 만들어 용기에 담아준다. 2천~3천원 정도 비용이 든다. 맞벌이 가정을 위한 배려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달성군이 2010년 초부터 시행한 가족생일축하 편지쓰기의 날(매월 첫째주 목요일)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2006년 말부터 가정의 날(매주 금요일)을 운영 중인 대구시는 직원이 야근할 때 반드시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구시공무원노조는 “다른 지자체는 매주 2회씩 가정의 날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대구시도 ‘야근 없는 가정의 날’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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