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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기의 간이역 시비를 독점해 시비건립을 양산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박해수 시인의 칠곡군 지천역 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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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문학상으로 문단의 집중을 한몸에 받은 문태준 시인을 위한 시인의 생가로 가는 이정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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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노산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는 노산의 친일 전력 등으로 인해 현재 철거파와 존속파로 갈려 ‘갈등시비’로 전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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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야유원지 입구에서 열린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 시비 제막식 광경. 김 시인은 섬진강변에 10기의 시비를 더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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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여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오자투성이 시비공원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군산 진포시비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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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승원을 위해 전남 장흥군은 여다지문학공원 해변산책로에 무려 30기의 시비를 세웠다. |
지금도 알게 모르게 문인단체·지자체의
힘 업고 건립하려는 시인들 행보 포착돼
졸속으로 시인이 된 기관·단체장 詩碑는 “더욱 경계” 목소리
작고한 시인 경우도 지나친 남발 삼가야
생존 시인 시비 건립붐의 도화선은 박해수 시인이다.
2005년 2월 당시 대구문인협회장이었던 그는 1985년 대학가요제 대상 노래였던 높은음자리의 ‘저 바다에 누워’의 원작 시인으로 나름 유명세를 탔다. 그는 대구MBC가 경부선 철도개통 100주년과 현대시 도입 100주년을 맞아 ‘추억을 잊지 말자’는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전국은 물론, 해외에까지 간이역 시비를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이후 대구시 고모역, 영천시 화산역, 칠곡군 지천역, 김천시 직지사역, 경산시 삼성역, 군위군 우보역 등 지금까지 모두 10기를 세웠다. 당시 상당수 지역 문인은 자기 고향도 아닌 타향에 타향 출신 시인을 무시하고 자기 이름으로 시비를 세운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시했다.
‘지천역’에서는 지천(枝川)을 지천(至賤)으로 잘못 해석한 듯한 시가 태어났다.
‘갈잎이 지천으로 깔렸다/ 그리움이 지천으로 깔렸다/ 오 사무치는 지천의 절정/ 푸른잎 푸른청춘이/ 대나무숲처럼 자랐다/ 지천으로 깔렸다 이제는/ 가랑잎 슬픔이 지천으로 내렸다’(하략)
현재 문무학 대구예총회장은 모두 3기의 시비를 갖고 있다. 2007년 고령 대가야국악당, 2009년에는 고령 새천년숲, 최근에는 대구도동시비동산에 세워졌다.
지역의 좌장격 시인인 이하석 시인은 2기(고령 새천년숲과 대구도동시비동산)를 세웠다. 서지월 시인은 2007년 4월 비슬산자연휴양림에 ‘비슬산참꽃’이란 시비를 세웠다.
청송 출신 정재익 시조시인은 얼마전 청송읍의 약수공원에서 시비제막식을 가졌다. 정태일 시인은 옛 대구상고(현 상원고) 교정에 시비가 있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문인단체나 지자체의 힘을 업고 시비를 세우려는 시인들의 행보가 속속 포착된다. 특히 졸속 시인이 된 지자체 기관·단체장의 시비건립은 더욱 경계를 해야 한다.
김천시의 경우 94년 등단한 뒤 2005년 미당문학상을 받은 문태준 시인(43)에게 너무 매몰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비 차원을 넘어 봉산면 태평리 그의 생가로 가는 교통안내판까지 만들었다. 이에 대해 시단 일각에서는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40대 시인에게 무리한 대접’이라고 꼬집는다.
작고 시인의 ‘추모성 시비’도 남발되고 있다. 전상렬 시인은 대구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과 수성구 범어공원, 2001년 작고한 이설주 시인은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 이어 최근 5천만원을 들여 인터불고호텔 근처 금호강 둔치에 ‘금호강’시비, 특히 보령시 주산면 삼곡리 항일민족시인 추모공원에는 그를 위한 애국시인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상화 시인의 경우 달성공원 두류공원 인물동산, 수성못 등에 3기가 있으며, 몇년 전 추가로 세우려고 하다가 일부 시인의 반대로 무산이 됐다. 영양 조지훈 시인의 고향 주실마을도 조형미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많은 시비를 세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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