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신화’는 거짓, 석굴암의 맨얼굴을 보라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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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05   |  발행일 2014-07-05 제16면   |  수정 2014-07-05
석굴암, 법정에 서다
20140705
1910년 전후의 석굴암 정면 모습.
20140705
성낙주 지음/ 불광출판사/408쪽/ 2만3천원

석굴암은 단순히 불교문명의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동서양의 경계를 뛰어넘은 건축, 토목, 조각, 수리학 등의 위대한 실험들이 응집된 문화유산이다. 여기에 신라인의 예술적 영감이 더해져 절대 조화의 경지에 이른 작품이 석굴암이다. 저자는 석굴암의 창건주 김대성이 자신의 깨우침을 석굴암이라는 조형언어로 구조화시켰듯이 오늘날의 석굴암 역시 “과학자의 눈길로 응시하고 시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편견을 깨는 새로운 석굴암 연구’로 평가받으며 기존의 석굴암론에 이의를 제기했던 책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을 펴냈던 저자 성낙주(석굴암미학연구소장)가 석굴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담아낸 저술이다. 1960년대 석굴암 복원공사 이후 50여년 동안 이어진 ‘석굴암 원형논쟁’을 총망라하고 있다. 창과 방패의 논리로 일관하던 기존 학계의 석굴암 인식에 의문을 품고 20여년 동안 석굴암 연구에 열정을 바친 저자는 광창(光窓)설, 샘물 위 축조설, 전각제거설 등 이른바 ‘석굴암 원형 논쟁’이라 불리는 기존 쟁점들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석굴암이 자리한 토함산의 현실과 건축 원리에 어긋난 견해들이 석굴암의 진면목을 가려왔다고 말한다.

여러 연구자에 의해 다양하게 제기되는 각종 논점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다양한 문헌자료와 시각자료를 종횡으로 엮어 굴곡진 석굴암의 20세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저자는 학계가 미처 챙기지 못한 토함산의 기상자료까지 예리하게 살펴 기존 석굴암 담론과는 정반대되는 논리에 도달한다. 1천300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석굴암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화와 환상을 걷어낸 석굴암의 민얼굴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1부 ‘햇살 신화’에서는 동해의 아침 햇살이 석굴암 본존불의 백호를 비춘다는 ‘햇살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포되었는지를 추적하며, 이는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달콤한 문화식민사관의 하나라고 말한다. 또한 ‘석굴암의 원형은 개방구조다’ ‘광창이 있었다’ 등의 가설 역시 진의가 어디에 있든 일본식민사관에 봉사하는 결과라고 덧붙인다.

제2부 ‘석굴암의 20세기’에서는 구한말의 석굴암 실상과 총독부의 개축공사에 대한 명암을 살펴보고, 석굴암 원형논쟁의 씨앗인 60년대 문화재관리국 복원공사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석굴암 논쟁에서 가장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개방구조설’과 우리나라 학계의 ‘철거지상주의’ 등도 살펴본다.

제3부 ‘석굴암, 역사의 법정에 서다’에서는 그동안 과학 전공 연구자들이 제출한 석굴암 담론들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찾아나선 긴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석굴암 원형논쟁의 불씨라고 할 수 있는 60년대 공사에 대해 ‘원형을 훼손한 공사’로 비판하는 학계의 입장과 달리, 일제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던 석굴암을 ‘본연의 종교성전으로 되살려낸 광정의 대기록’으로 재평가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환상이나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바다에 면한 해발 575m 토함산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석굴암의 현실을 직시하기를, 석굴암에 덧칠된 일제의 햇살 이야기를 걷어내기를, 이제라도 석굴암 연구가 원형논쟁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제 설정에 나서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석굴암의 실체적 진실이 조금이라도 밝혀지고, 나아가 석굴암 담론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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