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강화? 일부 대형병원 ‘작심 반나절’

  • 이연정,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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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1 07:33  |  수정 2015-06-11 07:33  |  발행일 2015-06-11 제8면
[메르스와의 전쟁]
‘감염예방 최전선’ 선별진료소
오후되자 의료진 등 자리 비워
응급실 출입도 제재않고 방치
방역 강화? 일부 대형병원 ‘작심 반나절’
10일 오후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된 메르스 감염예방 출입통제 부스에는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운 채 손세정제와 물휴지만이 놓여 있다. 철저한 방역체계를 세웠다는 발표와 달리, 방문자들이 응급실을 아무런 제지없이 드나들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발생 22일째인 10일 대구지역 대형병원의 방역체계가 한층 강화됐다.

그러나 이는 감염 예방 최전선인 응급실과 선별진료소에 그칠 뿐, 외래과·입원실 등의 감염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전 찾은 A병원 응급실 앞은 환자나 보호자보다 마스크를 쓰고 명찰을 단 직원이 더 많았다. 이들은 응급실 앞에 위치한 선별진료소를 오가며 부족한 물품은 없는지 등을 열심히 점검했다. 이곳은 소아응급실과 일반응급센터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취재진이 응급실에 들어서려하자 마스크를 쓴 직원이 “다른 보호자가 있으면 전화를 해 우선 밖에서 만나라”며 출입을 제지했다.

응급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대형병원도 마찬가지였다. B병원은 아예 응급실 입구에 메르스 안내문과 손소독제를 비치한 테이블을 놓고 직원이 상주했다. 이곳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별다른 제재없이 응급실을 드나들 수 있었다. 이곳을 출입하는 환자, 보호자 대부분은 직원 안내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했다.

C병원의 응급실 출입문에는 ‘메르스와 관련해 환자의 안전, 감염 예방을 위해 면회객을 제한합니다’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메르스 예방방법과 의심대상자 분류 안내문도 비교적 상세히 적혀 있었다.

병원 입구도 메르스 방역을 위한 체계를 강화한 모습이었다. C병원 호흡기센터는 입구에 “메르스 의심환자는 호흡기센터로 들어오지 말고 반드시 외래격리실로 오길 바랍니다’라고 써붙였다.

D병원은 1층 입구에 체온을 체크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전국 의료기관 목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호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입구에 선 사람에게 이따금씩 “체온 체크하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이 직원은 “병원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을 체크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발열 등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체온을 재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오후로 접어들자 선별진료소에 있어야 할 의료진이나 안내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웠고, 응급실도 특별한 제지없이 드나들도록 방치했다.

이와 함께 외래 진료실과 입원실 등은 손소독제 비치를 제외하면 일주일 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호흡기·감염내과를 격리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호흡기내과 병동 환자·보호자가 입원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생활하는 것도 여전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외래 접수 시 발열 증상, 최근 타 의료기관이나 해외 방문 여부 등을 묻는 질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의심환자가 나타나면 즉시 외래격리실로 보내는 등 대비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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