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불안 해소하는 ‘여름소나기’…봉산문화회관 제이미 리 기획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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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3   |  발행일 2016-05-03 제22면   |  수정 2016-05-03
컷 드로잉 통해 작가 실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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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유리상자 아트스타’의 두 번째 전시에서 소개된 제이미 리의 설치작품 ‘여름 소나기’. <봉산문화회관 제공>

봉산문화회관은 기획전 ‘2016년 유리상자 아트스타’의 두 번째 전시로 판화와 회화를 전공한 제이미 리의 전시를 열고 있다.

작가 자신의 ‘현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온 제이미 리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작품 ‘여름 소나기’를 보여준다. 작가는 지난해 여름 미국 시카고에서 한달간 레지던시를 했다. 이때 작업했던 150㎝X20m 크기의 종이롤 작업에서부터 출발해 올해 3월 서울 전시, 이번 대구 전시로 이어지면서 150㎝X10m 크기 분량으로 축적되어온 연속적인 미술행위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삶의 지속과 변화를 닮았는데 작가가 이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전시기획 담당은 “얇고 하얀 종이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리듯 칼로 자르는 작가의 이 ‘컷 드로잉’ 행위는 시카고에서의 거센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여름 소나기의 음율 속에서 막막하고 불안했던 경험의 시간을 잊고자 했던 몰입행위이며 젊은 작가가 어떤 정서적 위기를 딛고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는 매개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소외로부터 해방의 기쁨을 준다고 여겨지는 이 몰입행위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다. 작가는 반복과 지속적인 컷 드로잉 행위에 의해 꽃잎이나 씨앗이 포개진 모양 혹은 생명체의 성장을 상징하는 듯한 방사선 모양의 ‘빈 공간’과 일정 굵기의 선형지지체를 남겼다. 종이를 잘라내면서 비어진, 아무것도 없는 부재의 공간은 주변의 풍경과 관객의 참여를 담아내며 비움이 곧 채움이라는 고전의 지혜를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6월19일까지 이어지며, 6월11일 오후 3시에는 시민참여 워크숍을 연다. (053)661-3500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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