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최 변호사, 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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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8   |  발행일 2016-06-08 제31면   |  수정 2016-06-08
[영남시론] 최 변호사, 홍 변호사

최 변호사와 홍 변호사.

2016년 5월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두 사람이다. 이 두 사람 때문에 패닉에 빠진 것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변호사라고 다 같은 변호사가 아니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왔다. 국민들도 전관예우에 관하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들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는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변호사들도 그 금액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필자도 부장판사 출신이지만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돈이어서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는 혹시 ‘0’이 몇 개 잘못 붙은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거액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이런 돈을 받는 특별한 변호사도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 조연으로 낀 사람이 이모씨라는 브로커다. 속칭 브로커라는 사람들은 법조계 주변에 기생하며 의뢰인, 변호사를 뜯어먹고 산다. 이들이 조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연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최 변호사는 원래 로펌에 근무하다가 갑자기 개인 변호사로 개업하는데 여기에 이모씨의 큰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유혹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수입을 올려도 담당 변호사에게 돌아오는 몫이 크지 않아 브로커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큰 사건을 가져다 줄 터이니 단독 개업하라고 유혹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변호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브로커는 최 변호사 이름으로 받는 수입금의 배분에까지 모두 관여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최 변호사가 자신이 받은 금액이 알려진 것보다 적다며 억울하다고 했던 말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국민들은 최 변호사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최 변호사는 어떤 변명을 해도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국민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가 돈에 눈이 어두워 이런 브로커를 가까이 하고 그의 유혹에 넘어간 책임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또 한 축인 홍 변호사의 경우 한 해 91억원의 소득신고를 할 정도로 엄청난 수입을 올려 충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그 돈을 버는 데에 검찰의 고위직인 검사장 출신이라는 것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데서도 분노를 샀다. 서민들은 집 한 채 소유하는 데 평생을 피땀 흘리며 일하고 청년들은 집을 마련하지 못하여 결혼조차 늦추는 서글픈 사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청난 수량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데서 그가 과연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책임있는 법조인이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오피스텔 임대 등으로 번 거액의 수입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아내와 자신의 사무장을 이사 등으로 고용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법률 지식을 써먹은 모습을 보인 데서는 가진 자들의 탐욕을 보았다.

이러한 국민의 충격보다 더 큰 위기는 그가 전직 검사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검찰이 조사하는 사건을 좌지우지하지 않았나 하는 점에서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를 상실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이나 법원에 사건이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검사나 판사가 상대방의 로비를 받고 사건을 불공정하게 처리하였다고 의심한다. 필자는 대부분의 법관이나 검사가 증거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여 사실과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돈이나 외부의 영향력에 의하여 진실과 다른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확신해 왔다. 그러나 이번 홍 변호사 사건이 터지면서 필자 스스로도 사건 처리의 결과가 혹시 사건의 실체가 아닌 제3의 힘에 의하여 왜곡될 수도 있지 않나 의심을 하게 되었으니 국민들은 말하여 뭐하겠나.

법조비리가 터질 때마다 법원과 검찰은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다짐하고 몇 가지 제도를 도입하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이 또 다른 사건이 터진다. 결국 법조비리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제도 탓을 할 것이 아니라 법조인들이 자신의 직업을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법에 의하여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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