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임 名人에게 듣는 ‘화반’ 이야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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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17-06-30  |  발행일 2017-06-30 제면
비빔밥의 비빔은 ‘빌다’서 나온 단어
비빔밥 원형은 골동반 아닌 음복음식
오방색 나물·육회 위 잣 5개 ‘화룡점정’
보탕 2∼3숟갈 넣어 비비면 더 깊은 맛
정계임 名人에게 듣는 ‘화반’ 이야기
2013년 진주비빔밥 명인 칭호를 얻게 된 정계임씨. 현재 진주향토음식문화연구원장으로 있다.

다들 ‘골동반이 곧 비빔밥의 어원’이라 여긴다. 골동반이란 용어는 1800년대말 ‘시의전서’란 조리서에 기록돼 있는데 이는 ‘식재료를 모두 볶아서 밥에 섞어 비빈 후 그것을 그릇에 담아내는 음식’이었다. 부엌에서 미리 비벼 나온 것이다. 기제사에서 파생된 음복식 비빔밥은 갖은 재료만 가지런히 둘러놓은 뒤 간장으로 간을 하고 밥을 넣어 각자 알아서 비벼 먹는 식이다. 골동반은 언뜻 콩나물과 밥이 뒤섞인 콩나물비빔밥 같다.

진주비빔밥의 나물 요리 과정도 흥미롭다. 고사리의 경우 끓는 쌀뜨물에 데친다. 다음 이를 불려서 잘게 썰어 물기를 꼭 짜야 한다. 여기에 마늘과 간장을 넣어 오랜시간 ‘까바라지게’(조물조물 무친다는 진주식 표현) 무쳐서 볶다가 다시 갓 볶은 깨소금과 갓 짠 참기름을 넣어야 제맛이 난다.

나물 담는 법도도 있다. 놋그릇에 뜨거운 밥을 수평으로 펼쳐놓는다. 나물을 돌려가며 담고 여기에 보탕을 한 숟가락 올린 뒤 육회를 복판에 올린다. 화반이란 이름에 걸맞게 나물도 오방색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육회 위에는 5개의 잣을 놓아 꽃수술처럼 치장한다. 잣은 진주비빔밥의 ‘화룡점정’.

화반에는 두 종류의 국이 올라간다. 보탕과 선짓국이다. 여느 도시처럼 콩나물과 두붓국이 나오지 않는다.

비빔밥에 올리는 육회는 소의 우둔살로 조리한다. 기름기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이 육회가 올라가야 화반이란 그림이 비로소 완성된다.

정계임 명인의 진주비빔밥 설명은 이렇다. “‘비빔’이란 낱말은 본디 ‘빌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형 단어다. 하늘에 소원을 빌던 밥, 음복음식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비빔밥의 원형으로 알고 있는 골동반(骨董飯)은 진주비빔밥과 다르다”고 놀라운 주장을 했다.

정 명인은 2012년 ‘진주비빔밥 칠보화반 이야기’란 저서를 통해 진주비빔밥 실체를 대해부했다.

진주는 특이하게 6·25전쟁 때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향불을 피워놓고 헛제삿밥을 파는 곳이 있었다. 그렇게 된 연유가 있다. 진주감영에 온 한 미식가 관찰사 때문이다. 그는 민가에 가서 제삿밥을 찾아오라고 분부했다. 하지만 제사하는 집을 찾기 어려워 아전들은 대충 헛제삿밥을 만들어 갖다주었다. 그 관리는 음식에 향냄새가 배어들지 않았음을 감지하고 퇴짜를 놓는다. 진주헛제삿밥은 안동헛제삿밥 유래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진주비빔밥은 밥부터 특별하게 짓는다. 양지머리를 고아 그 물로 고슬하게 짓는다. 전주는 사골육수를 사용한다.

여러 나물이 올라가지만 빠져선 안되는 게 바로 해초의 일종인 ‘속데기’다. 또한 전주엔 날계란이 올라가지만 진주는 계란에 기겁한다. 전주비빔밥과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또한 보탕도 각별하다. 보탕은 기제사 때 먹는 탕국과 좀 다르다. 보탕은 일종의 천연조미료. 밥을 먹기 전에 2~3숟가락 퍼넣어 비비면 더 깊은 맛과 함께 더 잘 비벼진다. 보탕은 소고기, 참바지락, 마른 홍합을 다져 참기름에 볶아 피문어 삶은 물을 붓고 자작하게 끓여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핵심 재료는 ‘바지락’이다. 속데기와 바지락처럼 해산물을 항상 겸비하는 것도 진주비빔밥만의 특징. 많이 사용하는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박나물, 죽순, 숙주나물, 무나물, 애호박 등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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