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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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40면   |  수정 2019-04-19
알록달록·톡톡 튀는 ‘나만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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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봄·여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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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힌드마치가 선보인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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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힌드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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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힌드마치가 설치한 웰링턴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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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겨울 제품.

영국 런던의 하늘에 러브레터라는 이름의 커다랗고 새빨간 하트 풍선이 등장했다. 평범한 일상에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선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액세서리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인 안야 힌드마치가 그 주인공이다.

고객 사진, 그림으로 인쇄 서비스
수익금 환우돕기‘착한 소비’패션
에코백 붐도 조성 ‘환경 프로젝트’
어릴적 추억 컬러풀 스티커 대박
액세서리·의류·라이프스타일 확장
맞춤 제작 제품 ‘온디맨드 서비스’
끝없는 도전…성공 비즈니스 제시


안야 힌드마치는 1968년생으로 영국 에섹스주 몰든의 기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16세 때 어머니로부터 오래된 구찌 핸드백을 물려받으면서 이탈리아 가죽제품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어 18세인 1986년에 영국을 떠나 가죽산업이 발달한 피렌체에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며 1년간 머무르게 된다. 피렌체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죽으로 제작된 더플백이 세련된 여성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공부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와 유명 패션 매거진이었던 하퍼스&퀸에 자신이 만든 가방을 보내게 되는데 단숨에 500개의 주문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힌드마치는 런던 첼시에 있는 월튼 거리에 작은 소매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 33개의 매장을 보유하며 연 매출이 4천500만파운드에 육박하는 영국을 대표하는 액세서리 브랜드로 성공하게 된다.

현재의 안야 힌드마치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있게 한 시초는 2001년 시행된 ‘be a bag’ 프로젝트 덕분이다. 그녀는 고객이 가져온 사진이나 그림을 가방에 인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판매수익의 일부는 유방암 환우를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영국의 유명 모델 케이트 모스와 가수 엘튼 존이 참여하면서 ‘be a bag’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20여개 나라로 확산되었다.

수익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착한 소비는 훗날 다른 브랜드에서도 공익 실현을 위해 많이 사용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2007년에는 착한 소비에 이어 미래의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의 실현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는데 아이러니한 점은 힌드마치가 플라스틱을 제조한 사업가의 딸이라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I’m Not a Plastic Bag’이라는 슬로건을 원단에 프린트한 에코 토트백을 제작하여 5파운드에 판매하였는데 한정판으로 제작된 친환경 가방 2만개는 영국과 일본 등에서 1시간 만에 모두 팔리며 에코백의 붐을 일으켰다. 비닐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여 환경보호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에코 백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비닐 봉투 사용량이 20% 정도 감소한 성과를 거두며 착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착한 소비와 에코 백의 붐을 일으킨 힌드마치의 제품은 사실 재미와 유머로 가득하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블록들, 1980년대 슈퍼마리오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8비트 게임의 주인공인 팩맨, 스페이스 인베이더, 달걀 프라이, 스마일리, 일곱 빛깔 무지개 등 특유의 키치한 모티브는 그녀를 대표하는 상징들이다. 그중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은 바로 스티커다.

안야 힌드마치를 상징하는 스마일리, 팩맨, 하트, 알파벳 등은 장인의 솜씨로 정교하게 재단된 컬러풀한 색감의 가죽 스티커로 제작되어 스트리트 패션의 열풍과 함께 가방, 소품, 의류, 핸드폰 등에 붙일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여성용 핸드백으로 시작하였지만 재치 있는 그녀의 디자인은 여행용 가방, 신발, 탈부착이 가능한 가죽 스티커 등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기성복 의류와 더불어 라이프 스타일 제품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이제는 토털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 남들과는 차별화된 맞춤형 제품을 제작해 주는 온디맨드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앞서간 힌드마치는 2001년부터 ‘be a bag’ 프로젝트를 통해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였으며 2017년부터는 ‘빌드 어 백(build a bag)’ 컬렉션을 론칭하여 소재, 색상, 사이즈, 액세서리를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 나만의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였다. 그녀는 안야 힌드마치라는 브랜드가 아닌 고객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가방을 가질 수 있도록 비스포크 매장도 운영하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온디맨드 서비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2월 런던 주요 도심에는 거대한 빨간색의 하트 풍선이 하늘에 띄워졌는데 이는 창조적 도시 런던에 대한 힌드마치의 찬사를 표시하는 이벤트로 1년이 지난 올해 2월에는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 있는 웰링턴 아치의 기둥 사이에 커다랗고 붉은 하트를 설치하여 밸런타인 데이를 위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였다. 또한 힌드마치는 유럽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런던 패션위크 기간 위브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메시와 로프로 거대한 그물망을 설치하여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놀이터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였다. 그녀가 보여주는 무대는 늘 독특한 아이디어로 꾸며진다. 겨울의 몽환적이고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뾰족한 조형물을 무대에 설치하여 거대한 빙하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보여주거나 푹신한 뭉게구름을 콘셉트로 하여 바닥 전체에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흰색의 빈 백을 설치하여 관람객이 누워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안야 힌드마치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순수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통해 사람들이 크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힌드마치의 목표는 현재까지 쾌속 순항 중이다. 지금까지 귀엽고 깜찍한 디자인에 디자이너 특유의 위트로 미소까지 부여하는 안야 힌드마치가 앞으로도 계속 전진하길 기대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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