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제로페이’ 반년, 이용률 사실상 ‘제로’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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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4 07:21  |  수정 2019-06-24 07:21  |  발행일 2019-06-24 제2면
교동·신매시장 등 가맹점 3천여곳
고령층·소액 위주에다 실익 적어
0%대 수수료에도 실제 결제 미미

대구시에 제로페이가 도입된 지 반년 가까이 됐지만 실제 활용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결제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최소화해 소상공인에게 0%대의 결제수수료를 적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부산·경남 창원에서 시범 시행한 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6만1천790건, 결제액은 13억6천여만원이었다. 지난 1~2월 국내 개인카드 월평균 결제 건수 14억8천500만건, 결제 금액 54조7천억원을 감안하면 0.001%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지역의 경우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지난 17일 기준 3천34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두류아울렛·서남신시장·대구종합유통단지 전자도매상가·대구 교동 상권활성화 구역·신매동 상점가 등이 제로페이 시범상가로 선정돼 운영됐고, 지난달부터는 대구경북 3천500여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제 활용률은 높지 않다. 지난 21일 찾은 대구시내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은 점포 중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었다.

시범상가로 지정됐던 중구 교동의 한 시계 상점 주인은 “QR코드는 마련돼 있지만 아직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고객은 본 적 없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힘든 노인들이 주고객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성로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청과점을 운영하는 백모씨(58)는 “제로페이를 이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 손님의 마음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제로페이 결제금액의 40%를 소득공제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또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가 소득공제 되지만, 연소득의 25% 이상을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조건이다. 주로 소액거래 위주로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의 4분의 1을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상공인들에게도 ‘0%대 수수료율’이라는 장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제로페이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0%대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실질수수료율이 0.1~0.4%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달서구 서남신시장의 한 상인은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제로페이의 장점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굳이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아직 초기 시행단계라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제로페이가 빠른 시간 내 지역에 안착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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