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임차 후 온갖 쓰레기 버리고 도주…‘폐기물 투기꾼’ 극성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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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0 07:22  |  수정 2019-07-10 07:22  |  발행일 2019-07-10 제9면
3∼5일만에 수천∼수만t투기
공장주 “임대수익 벌려다 낚여
처리·운반 비용만 수억원 소요”
공장 임차 후 온갖 쓰레기 버리고 도주…‘폐기물 투기꾼’ 극성
영천시 대창면 한 임대공장 건물 내부에 폐합성수지 등 각종 혼합폐기물이 가득차 있다.

[영천] 임차한 공장에 온갖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폐기물 투기꾼’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공장 건물주들은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9일 영천시 등에 따르면 임대된 공장 상당수가 불법 투기 폐기물로 가득차 있어 공장 소유주들이 행정·사법기관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폐기물 투기꾼들은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공장을 임차한 후 3~5일만에 폐기물 수천~수만t을 버리고 도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폐기물 투기꾼들은 전국적으로 점조직을 갖추고 활동하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요구된다.

대창면 사리리 한 업체는 공장건물 내부와 창고 3동 등 전체 2천여㎡에 폐합성 수지, 폐비닐, 건축폐자재 등 1만여t이 가득차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공장 관리인 A씨는 “지난해 12월20일 대구에 주소를 둔 B씨(51)와 1년 임대계약을 했다”며 “계약 나흘 뒤 악취가 심하게 풍긴다는 연락을 받고 공장에 가보니 각종 폐기물로 가득찼다”고 격분했다.

B씨는 인근 구지리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폐기물을 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장주 C씨는 “지난 2월 비철금속 부품을 보관할 창고를 물색하고 있다는 B씨와 보증금 3천만원, 월 550만원에 1년 임대계약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 내부가 폐기물로 가득찼다”고 했다. 이곳 임대공장 3천300여㎡ 부지와 창고에는 불법 투기된 각종 폐기물 7천여t이 방치돼 있다. 특히 이 공장건물 마당에는 석면·건물철거폐자재·합성수지·어망 등이 버려져 있어 집중호우 때 2차 환경오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바로 인근에 농수로가 있다.

이들 지역 외에도 북안면 폐기물처리업체에 6천t, 대창면 한 업체에 2만여t 등이 방치된 상태다. 이들업체는 영천시의 행정처분에도 불구하고 페기물처리명령을 2~3차례 이행하지 않아 영업정지를 받았다. 피해를 입은 공장건물주들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임대수익이라도 벌려다 낚였다”며 “t당 처리비용이 20만~30만원, 운반비가 대당 30만원 정도 든다고 감안하면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행정 및 사법기관의 빠른 대처를 당부했다. 영천시는 지난해부터 폐합성수지 등 혼합폐기물 유입이 늘자 지난 8일 폐기물처리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는 등 ‘폐기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편 폐기물 투기꾼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며 자금을 지원하는 총책 △전국적으로 불법 폐기물 투기 장소(공장)를 물색하고 환경업체 중개 및 운반·배차를 담당하는 사장 △폐기물 처리업체 사장 △말단 바지사장을 관리하는 중간사장 △지시대로 임대계약을 담당하는 바지사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사진=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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