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수시모집을 바라보는 관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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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2 08:01  |  수정 2020-09-09 13:57  |  발행일 2019-08-1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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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유비가 삼고초려하여 제갈량을 군사로 맞아들이게 되었을 때, 제갈량은 그 유명한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한다. 중국 천하를 위·촉·오가 한 덩이씩 차지하여 마치 세 발 달린 솥처럼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만들고 그 이후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세 발 달린 솥, 이는 절묘한 균형을 이룬 상태다. 어느 한 쪽 다리가 아주 커지거나 작아지면 솥은 기우뚱하게 되고 쓰러지게 된다. 현재의 입시 구조를 이 세 발 달린 솥으로 비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입시의 주요 통로는 공교롭게 세 가지이며, 그것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학생부종합전형, 교과전형 그리고 정시모집의 수능전형이다. 이 셋은 모두 각 교육 주체와 학생 및 학부모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다. 어느 하나가 비대해지면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쪽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유라 사건와 숙명여고 사건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및 교과전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제기되며 정시모집 수능전형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대학입시라는 솥의 세 발에서 한 쪽이 작아지며 생긴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2020학년도 전국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은 22.7%이지만, 서울 소재 15개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2019학년도에 비해 약 10% 증가한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면 세 가지 통로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하나의 전형만 생각하는 외골수는 전략적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수시모집 준비로 서서히 분주해지고 있다. 수험생 모두가 어떤 전형이 자신에게 유리할지를 놓고 많은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수시에 실패하면 자신은 다른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몇날 며칠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찾으려고 한다. 자기소개서를 쓰겠다며 하루 24시간 노트북을 옆에 끼고 있고 심하면 한 달 가까이 자기소개서에 매달린다.

이렇게 해서 성공하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수시는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납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향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즉 아직 남아 있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수능을 생각하면 하향 지원을 하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시에 승부를 건 학생들 중 상당수는 그 후유증이 크다. 수능 준비를 할 에너지가 바닥이 나 버리는 것이다. 때로는 마치 입시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직 갈 길이 남았는데도 말이다.

수시를 객관적인 눈으로 보아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지금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통로인 정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수시는 하나의 기회이고 정시 역시 하나의 기회이므로 수시와 정시모집을 분리해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즉 수시를 중요하게 활용을 하되 입시의 모든 것인 양 대하지는 말자. 아직 갈 길은 멀다. <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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