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FEZ 개청 11주년’ 이인선 청장 인터뷰

  • 임훈,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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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4 07:44  |  수정 2019-08-14 07:49  |  발행일 2019-08-14 제17면
“日보복·美中분쟁 등 경제위기, 新남방정책서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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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지난 12일 DGFEZ청사에서 DGFEZ가 그동안 이룬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청장 이인선·이하 DGFEZ)이 지난 12일 개청 11주년을 맞이했다. DGFEZ는 그동안 지구개발과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대구경북의 글로벌화를 촉진시켜 왔다. 이인선 청장 부임 이후 조직개편을 거친 끝에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제자유구역 평가에서 종합 최우수 등급인 ‘S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인선 청장을 만나 DGFEZ가 이룬 성과와 향후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文정부 ‘아세안 공략’ 기조 맞춰
동남아에 해외시장개척단 파견
낮은 인지도 약점 극복하기 위해
합작투자 유도한 정책으로 접근

기업지원에 초점 맞춘 경영전략
지역 구분한 조직, 유기적 통합
정부평가서 최우수 S등급 비결

여성 특유의 ‘엄마 리더십’ 발휘
섬세한 네트워킹 준비 노하우로
학계서 구축한 인맥 적극적 활용


▶개청 11년의 성과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DGFEZ는 2008년 개청 후 지난 11년 동안 대구경북 시·도민의 관심과 성원 및 대구시와 경북도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 29개 외투기업에서 6억1천300만달러, 470개의 국내기업에서 4조3천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 우리 지역에 1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외투기업의 면면이 궁금하다.

“‘KNT’ ‘다이셀’ ‘토메이 엔지니어링’ ‘삼익THK’ ‘피엔디티’ ‘대경로보텍’ ‘태산하이테크’ ‘다쏘시스템즈’ ‘아다’ ‘오에스티투’ 등이 있다. 또 국내 주요 기업 및 기관으로는 ‘현대 로보틱스’ ‘롯데 케미칼’과 함께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센터’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본부’ ‘대구 국제학교’ ‘한국뇌연구원’ 등이 입주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롯데쇼핑타운대구 및 대구시와 함께 수성의료지구 롯데쇼핑몰대구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입주한 기업과 기관들은 지역 50여개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에게 일터를 제공하고, 젊은이들이 지역에서 꿈을 펼치는 성공신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정부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배경은 무엇인가.

“DGFEZ가 지구개발과 투자유치 못지않게 ‘기업지원’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이 통했다. 또한 DGFEZ가 지난해 산업부의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과 중앙정부의 혁신성장 전략 등에 초점을 맞춰 향후 2022년까지의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한 선제적인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DGFEZ는 입주 국내기업(470개)과 해외기업(27개)에 대한 기업지원, 수출상담회, 투자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합작투자를 유도했다. 현재 개발 중인 지구에 대한 발빠른 실시계획 승인과 부지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 단행한 조직개편도 DGFEZ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 대구와 경북을 지역별로 구분해 온 기존조직을 개발·유치 기능을 통합한 유기적 조직으로 재편했다.”

▶평소 현장밀착 경영을 강조해 왔다. 구체적인 사례와 성과는.

“입주기업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 시장개척단 파견사업이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베트남·일본 등지에 총 2회에 걸쳐 자동차 부품 및 즉석 조립제품 분야 17개사를 사절단으로 파견해 총 115개사와 상담했으며 상담금액만 1천602만달러였다. 올해 4월에는 베트남·싱가포르에 식품·의료기기·IT 분야 10개사를 시장개척단으로 파견해 총 73개사와 1천487만달러의 상담성과를 거둔데 이어 하반기에는 일본 도쿄·오사카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특히 대구 4개 지구의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매주 2회 ‘찾아가는 현장상담실’을 운영 중이다. 분기 1회 입주기업 간담회, 해외시장 판로개척 지원, 입주기업 생산제품 홍보지원, 지역대학과 산학협력 등 맞춤형 지원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의 무역분쟁 등으로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문재인정부가 펼치고 있는 아세안(ASEAN) 정책, 즉 ‘신남방정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중국과 함께 인도·아세안 지역은 우리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아세안 지역은 경제규모 세계 4위, 인구 6억4천만명으로 대구경북에 아주 중요한 시장이고 교역국이며 상생과 협력의 사업 파트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규모는 1천491억달러로 전체 교역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DGFEZ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및 베트남 등지에 동남아 시장개척단을 파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에 맞춰 동남아 지역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사, 대사관 상무관, 주한상의, 그리고 현지 투자청 등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시장개척 활동을 펼쳤다. 입주기업 제품의 품질과 기술력을 현지에 알리고 신규 거래업체를 발굴해 수출확대를 도모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 활동까지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잠재적 투자자까지 발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DGFEZ가 공을 들이는 정책은 무엇인가.

“입주기업과 수출상담회 및 투자설명회를 병행함으로써 합작투자를 유도하는 투자유치 정책이다. 합작투자의 장점은 상호 합작으로 자본조달이 용이하고, 용역·기술과 지식 공유 등 공동의 이익, 생산품의 유통, 그리고 판매 촉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작투자는 입지와 인지도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DGFEZ의 전략상품이다. 국내의 법과 규범,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을 합작해 대구경북에 쉽게 진출하도록 돕고, 사업의 리스크 또한 줄임으로써 서로가 상생하는 방식이다.”

▶여성 기관장의 리더십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심, 이른바 ‘엄마 리더십’이 여성 기관장들의 강점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정부 예산확보와 대외협력 활동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이 아주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성 기관장들은 그런 관계 형성을 할 때 섬세하게 준비하고 접근하는 노하우가 남다르다. 여성이란 이유로 공직에 입문할 때도 가족들이 많은 걱정을 했지만, 주변의 도움과 학계에서 구축한 인맥을 적극 활용해 큰 어려움 없이 여기까지 왔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다. 오래전 일본유학을 신청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던지는 질문들이 연구계획보다 ‘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결국 ‘왜 연구와 상관없는 질문만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며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엔 불편함이 있는 게 현실이다. 남성 이상 노력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끈기있게 매달려 문제해결을 주도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어야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직자의 태도에 대해 말해달라.

“늘 가슴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새기고 있다. 가는 곳마다 주인처럼 행하면 있는 곳곳이 참되고 진실하다는 뜻이다. 이런 자세는 여성기관장으로 기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지금까지 신사업기술단장,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 공직을 수행하면서 계속해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수처작주의 깨달음 덕분이다. DGFEZ의 도약과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수처작주의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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