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포크페스티벌을 위한 제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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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6   |  발행일 2019-08-16 제21면   |  수정 2020-09-08
[기고] 대구포크페스티벌을 위한 제언
유성동 (문화기획가·일상 의문화연구소장)

절정을 지나는 무더위와 함께 지난달 말 코오롱야외음악당을 뜨겁게 했던 2019 대구포크페스티벌의 기억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더 나은 축제를 위해 그 열기가 완전히 식기 전에 몇 가지만 짚어보자.

최다 출연팀을 자랑한 이번 축제의 홍보문구처럼 3일간 관객들은 많은 유명가수를 한 번에 한 장소에서 자유롭고 편안히 즐기는 기쁨을 만끽했다. 정말 만나기 힘든, 그래서 더욱 반가운 출연팀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불만이 적지 않게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먼저 라인업을 보자. 메인 무대만 26팀, 서브무대 24팀까지 그야말로 보기 드문 최다 팀이다. 야외음악당 메인무대는 대부분 유명가수, 서브무대는 인지도 낮은 지역 가수가 배정됐다. 여기서부터 소위 ‘지역 가수 홀대론’이 나타난다. 게다가 그나마 메인무대에 배정된 한두 팀의 지역 가수마저도 메인 시간대가 아닌 때로 슬며시 밀려나기도 한다.

주최측 스스로 ‘포크의 고향 대구’라고 홍보하면서 정작 고향가수는 볼 수 없는 형국. 지역에서 꾸준히 음악을 해온 적지 않은 실력파 뮤지션과 그들을 응원하는 분들의 불평불만이 회를 거듭할수록 고스란히 쌓여 가는 것을 SNS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축제 프로그램의 구성이다. 축제는 주체와 객체가 하나 되는 것이다. 그저 객석에서 호응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통기타 최다인원 합주 플래시몹 기네스 도전과 같은 것이 있겠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통기타동호회처럼 그 인구가 많고, 적극적인 동호회는 없다. 포크의 상징적인 인물이 무대에서 지휘를 하고 지정된 한 곡을 통기타를 든 수천 명이 합주를 하는 건 어떨까. 더 많은 팬과 동호회원들이 저마다 기타를 둘러메고 대구를 찾고 두류음악당을 찾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관광 사업 측면에서도 일석삼조다. 볼거리와 함께 참여할 거리를 만들어 줘야 전국에서 모인다.

다음은 지역 포크뮤직 신(scene)의 성장을 위한 것이다. 라인업과 관련해 이런 구상을 제안해본다. 우선 지역의 실력파 가수를 엄선하고 이들을 중앙의 출연팀과 매칭하는 것이다. 선배 포크뮤지션이 부를 노래 중 한 곡을 1절은 지역 후배가수가 부르고 2절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하며 함께 부른다. 관객들에게도 아름다운 그림이며 그 짧은 무대가 지역가수에겐 자긍심을 일깨우고 분발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덤으로 축제를 통해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지역가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회도 되겠다.

이와 함께 포크뮤직과 대중가요의 비중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명색이 포크페스티벌 아닌가. 포크뮤지션을 먼저 포진시키고 그런 다음 명성과 음악성 등을 고려하여 대중가수를 선정하는 것이다. 두 장르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필요해 보인다. 포크의 본질이나 지역 음악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콘퍼런스 같은 프로그램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국포크뮤직은 본의 아니게 대중가요계 안과 밖을 오가는 부침이 많았으며 삶의 진지한 성찰에서 일상의 가벼운 소재까지 노래해온 만큼 이론적 논의도 의미가 크다.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축제건 간에 지향점과 콘셉트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대중성이라는 명분만으로 순간적 호응에만 영합하기보다는 출연진을 비롯해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스타 발굴, 역외 내방객 증대, 특히 지역 음악 시장 활성화 등 부가가치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전국에 산재한 고만고만한 음악축제를 따돌리고 대표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회를 거듭하면서 가치와 철학이 점점 명료해지고 전통이 만들어지며 궁극적으로 롱런하는 성공축제가 되려면 그 지역의 정서적 특성, 사회문화적 실정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성동 (문화기획가·일상 의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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