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흥행 부진에 ‘여름 극장가 성수기 실종’

  • 윤용섭
  • |
  • 입력 2019-08-19 07:59  |  수정 2019-08-19 08:01  |  발행일 2019-08-1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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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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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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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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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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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성수기를 기대했던 극장가가 울상이다. 상반기에 천만 영화를 4편이나 배출한 것과도 비교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19일부터 8월10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1천92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7월20일∼8월11일) 관객 2천519만명보다 약 590만명 줄어든 수치다. 연간 관객이 가장 많이 드는 8월 첫번째 주말(2~4일)도 373만명이 드는 데 그쳐 지난해 8월 첫째 주말(3~5일)의 546만명보다 173만명 감소했다.

나랏말싸미·사자 관객동원 실패
7월 한국영화 1위가 고작 90만명
15년만에 100만 못넘는 성적표
여름시장 관객 눈높이 못맞춘 탓
할리우드 영화가 반사이익 얻어
8월엔 엑시트·봉오동전투 ‘선전’


◆7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 15.2%

올여름 시장의 침체는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 탓이 크다. 전통적으로 여름시장은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의 텐트폴 영화(흥행에 성공할 만한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지만 한국영화들이 주춤한 사이 상대적으로 할리우드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며 예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2019년 7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08년 이후 최저치인 334만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8.0%(205만명) 감소한 수치이다.

7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7%(189억원) 줄어든 254억원이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지난 7월2일 개봉함에 따라 이 시기를 전후로 경쟁력 있는 한국영화가 개봉을 피했고, 거기에 역사왜곡 논란에 발목 잡힌 ‘나랏말싸미’의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영화 관객 수가 평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외국영화에는 무주공산과 같았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796만명을 동원하며 7월 전체영화 순위 1위에 올랐고, ‘라이온 킹’이 414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 4’는 각각 366만명과 113만명을 모아 전체 순위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7월 외국영화 관객 수는 역대 최고치인 1천858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9.1%(419만명) 증가한 수치다. 7월 외국영화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4%(370억원) 늘어난 1천587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관객 감소분을 외국영화가 모두 흡수하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셈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과열경쟁

올여름 시장 한국영화는 대작 4편이 맞붙었다. ‘나랏말싸미’가 7월24일 포문을 열었고, 뒤를 이어 재난영화 ‘엑시트’와 액션 판타지 ‘사자’가 7월31일 동시 개봉했다. 총제작비 130억원 이상의 ‘엑시트’와 ‘사자’가 같은 날 개봉한 것은 한국영화의 대작화로 인해 늘어난 고예산 영화들이 여름 성수기로 몰림에 따른 과열경쟁이 그 원인이다.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영화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나랏말싸미’는 7월 한 달간 90만명을 동원한데 그쳤다. 7월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관객 수가 100만명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4년 7월 ‘늑대의 유혹’이 81만명을 기록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엑시트’가 지난 11일 기준으로 579만명을 모아 손익분기점인 350만명을 넘어서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 ‘사자’는 같은 기간 153만명을 모은 데 그쳤다.

이같은 흥행 부진은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탓이 크다. 상반기에는 ‘극한직업’을 위시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까지 천만 영화 4편이 나오면서 재미와 볼거리를 충족시켜주었지만 정작 올여름 성수기에는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여름시장에선 ‘신과함께-인과연’이 1편에 이어 또다시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부산행’, 2017년 ‘택시운전사’ 등 한국영화는 최근 몇년간 꾸준히 천만 영화를 여름에 배출했다. 하지만 올여름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국내 관객의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4.2회다. 이미 많은 사람이 한 해 동안 볼 영화를 올 상반기에 다 봤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수치일 뿐, 이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일 만한 파괴력있는 화제작이 부재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여름시장 중 초극성수기인 7월25~8월5일 사이에는 대부분의 휴가와 방학이 겹쳐지는 시기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드라마, 코미디, 액션 장르가 큰 인기를 얻었다. 반면 올해 개봉작들은 타깃층이 다소 불분명하고 영화의 완성도와 소재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며 “그마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족 코미디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던 ‘엑시트’만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같은 시기에 개봉해 한정된 관객을 두고 벌이는 출혈경쟁은 이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시장의 마지막 대작영화인 ‘봉오동 전투’는 지난 7일 개봉해 선전 중이다. 공교롭게도 개봉시기는 4편 중 가장 늦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반일 감정과 맞물리며 흥행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영화는 18일 현재 누적관객수 360만명을 기록 중이다.

물론 여름 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8월 중순에도 참신한 설정의 신작이 잇따라 개봉해 ‘2라운드 대전’을 펼친다. 이미 지난 15일 ‘암전’을 시작으로 21일 ‘광대들: 풍문조작단’ ‘변신’ 등이 차례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암전’과 ‘변신’이 기이하고 섬뜩한 공포를 다뤘다면,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기상천외한 팩션 사극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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