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부터 마블영화까지 ‘동·서양 神들의 반상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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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2   |  발행일 2019-10-02 제22면   |  수정 2019-10-02
김민수, 영웅부적 시리즈 신작 소개
전통민화서 벗어나 새로운 해석 담아
사천왕부터 마블영화까지 ‘동·서양 神들의 반상회’
김민수 ‘영웅부적’
사천왕부터 마블영화까지 ‘동·서양 神들의 반상회’

화려한 색감과 슈퍼 히어로들의 다양한 모습을 현대적 이미지로 담아내며 전통 민화를 재해석하고 있는 김민수 작가가 ‘영웅부적’ 시리즈 신작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8층 롯데갤러리에서 29일까지 열리는 ‘Hero Talisman:김민수전’이다.

전통 문양과 대중문화 속 영웅들로 세밀하고 빈틈없는 화폭을 채우면서 ‘영웅부적’이라고 이름붙인 그의 그림에는 예수와 열두 제자, 성모마리아, 부처와 사천왕, 관우와 장비, 무신 등 동·서양 신들이 총출동한다. 작가는 이를 ‘신(神)들의 반상회’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신들이 빠짐없이 호명된 작품에는 최근엔 현대의 영웅들도 함께 자리를 잡았다.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등 마블 영화와 드라마 속 영웅들이다.

생뚱맞게 이들 영웅의 무리 속에 등장해 떡하니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짱구와 스폰지밥도 눈에 띈다.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짱구의 힘까지 빌려야 한다? 말썽꾸러기 짱구가 그렇듯 우리 모두는 영웅이다? 어느 것이 됐든, 작가는 그렇게 세상 모든 영웅들의 힘을 빌려 길상의 염원을 담아내고 있다. 부적같은 저 그림이 실제로 사귀를 쫓고 경사를 맞이하는 벽사진경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믿는 이유다.

그는 전통 민화의 형식을 답습하기보다 현대인의 생활과 정서에 맞춰 재해석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민화에서 출발했지만 그 틀 안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소재와 구성을 보여준다.

민화 ‘까치와 호랑이’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에선 까치가 호랑이에게 신문을 읽어주거나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 소식을 전해준다. 책장에 놓인 물건을 그리는 민화인 책가도(冊架圖)를 성당의 제단화나 만화 형식으로 과감하게 변용하기도 한다. 캔버스를 복숭아로 가득 채우면서 풍속화나 춘화의 에로틱한 장면을 집어넣기도 하고 러시아 전통 인형, 일본의 고양이 인형도 등장시킨다. 루이뷔통과 샤넬 핸드백, VIP 신용카드를 그려넣어 현대인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민화가 ‘보는 그림’일 뿐 아니라 ‘읽는 그림’이기도 해서 매력을 느낀다”는 작가는 “영화 속 마블 히어로나 만화 주인공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우리가 위험에 처하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런 모든 존재들을 모아서 복을 빌어주는 부적처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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