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매트 위에서 자신과 만나는 시간…힘든 일 극복하는 에너지·끈기 배워”

  • 임성수
  • |
  • 입력 2019-10-04   |  발행일 2019-10-04 제35면   |  수정 2019-10-04
■ 요가에 빠진 사람들
대구시요가회 윤영실 수성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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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만촌동 요가원 ‘인 앤 요가(人 & Yoga)’를 운영하고 있는 윤영실 대구시요가회 수성구회장은 삶의 기로에서 시작한 요가가 지금은 자신의 전부가 됐다고 한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요가원 ‘인 앤 요가(人 & Yoga)’에서 만난 윤영실 대구시요가회 수성구회장은 요가와 결혼한 여인이었다. 삶의 기로에서 요가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요가에 빠진 사이 결혼 적령기를 지나 어느새 쉰을 넘겼다. 윤 회장은 아이러니하게 미대 출신이다.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서양학과 85학번인 그녀는 졸업과 함께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미술학원을 연다. 지산·범물지구가 들어서기 시작할 때여서 학원생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지산·범물에도 미술학원이 하나둘씩 오픈하면서 윤 회장은 미술학원을 접는다. 이후 외부활동도 줄이면서 사실상 칩거생활을 하다시피하던 그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겪는다. 극한상황까지 생각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요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요가는 그녀 인생의 전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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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 접은후 우울증·대인기피증 고통
하루하루 힘든 시간 보내는 중 만난 요가
6개월 과정 수료후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
회원들 권유로 운영…첫 회원 100명 넘어
정신 치유…인생 동반자·종교 같은 의미
육체·정신적 아픔 회복한 회원 보며 보람
만족감·자존감·자기애·행복감 가져다 줘
마음에 상처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
직장 스트레스 해소 도움…남성 회원 증가
몸·호흡법 스스로 터득, 신체 변화 놀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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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2005년 요가에 갑자기 꽂혔다. 요가를 통해 다시 사회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도 자연스럽게 치유됐다. 아무도 권유하지 않았는데, 요가에 ‘요’자도 모르던 내가 무작정 요가 지도자 과정부터 시작했다. 요가를 안 하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 과정을 수료하고 강사 자격증을 땄다.”

▶요가를 모르는 상황에서 강사 자격증을 먼저 땄는데, 처음 강사생활은 어땠나.

“처음엔 강사 자리가 없어서 지인이 운영하던 태권도학원에서 장소를 빌려 요가 강의를 시작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소문도 나고 해서 강의 요청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가원과 피트니스센터에서 강사로 일을 하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요가원 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인 앤 요가’는 언제 문을 열었고, 계기는.

“강사로 7년을 일하던 만촌동 요가원이 2012년 갑자기 문을 닫게 돼 막막했다. 실직을 한 것이다. 그런데 회원들이 요가원을 직접해 보라고 강하게 권유해 나도 모르게 지금의 요가원 자리를 하루 만에 계약하고 1주일 만에 오픈했다. 실력도 별로 없는데 인복이 많아서인지 강사로 있던 요가원이 문을 닫기 전 회원이 50명밖에 남아있지 않았었는데, ‘인 앤 요가’의 첫 회원은 100명이 넘었다. 오픈하자마자 회원들이 아시는 분 2~3명의 손을 잡고 온 것이다.”

▶요가 실력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

“아니다. 다만 설명을 좀 쉽게 할 뿐이다. 의사가 약 처방을 할 때 무조건 먹으라는 식보단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 그 병원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강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하는 회원도 있다. 70대도 있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요가에 빠져서 살다 보니 요가와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다. 요가는 내 인생의 동반자다. 사람과 요가는 같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종교적 의미까지도 부여하고 싶다. 요가를 안 했으면 피폐해졌을 것이다. 평정심을 찾아가는 것이 요가인 것 같다.”

▶요가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나와 같은 회원들을 볼 때다. 우울증 때문에 약을 먹다가 요가를 시작한 뒤 약을 끊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하는 회원을 볼 때, 방광염이 심해 병원신세를 면치 못하던 20대 여성 회원이 1년 요가 후 병이 다 나았다고 했을 때, 30대 남자 회원이 척추 측만증(척추 옆굽음증) 치료를 위해 수영과 함께 요가를 시작한 뒤 6개월 만에 완치 됐다고 했을 때, 불임으로 고생하던 30대 여성 회원이 요가를 시작하고 임신한 뒤 출산까지 해서 다시 찾아왔을 때, 20대 딸이 갱년기 증상이 심각한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6개월 요가 후 어머니가 너무 좋아졌다고 기뻐했을 때, 회원으로 왔다가 지도자 과정까지 마치고 강사로 나간 회원을 다시 만날 때 요가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요가를 왜 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음… 요가는 매트에서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가 아사나(자세)를 수련하면서 내 내면과 만나는 시간이 된다. 어떤 날은 하기 싫은 마음으로 30분만 해야지 하며 매트에 서다가도 수련을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생각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수련하고 마지막 사바아사나(송장 자세)를 취하고 누워있으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만족감, 자존감, 자기애 등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요가는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행복감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매트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과 감정들은 매트 밖의 삶에 그대로 반영, 투영되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요가는 몸만 사용하는 운동이 아니라 몸을 통해 마음을 수련한다. 요가 수련을 통해 삶에서 오는 힘든 일들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에너지, 끈기를 얻을 수 있다. 요가를 하는 이유는 다들 다르겠지만 요가 수트라의 제1장 2절의 ‘Yoga’s citta vrtti nirodhah(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억제시키는 것)’처럼 수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의 통제, 컨트롤하는 깨달음을 갖는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이 요가를 하면 좋은가.

“현대에는 마음의 에너지가 부족해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데,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요가를 꼭 추천하고 싶다. 요가는 몸짱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케어해 주는 것이 요가다. 지치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 자신을 내려놓는 시간을 갖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라도 요가는 분명 도움이 되고 삶의 활력을 되찾아 줄 것이다.”

▶대구에도 요가를 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남성도 있는가.

“대구에만 요가 강사 자격증 소지자가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 요가원도 1천개가 넘는다. 한 동네에 2~3개의 요가원이 있을 정도이니까 요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 요가 강사만해도 10명이 넘는다. 특히 최근들어 요가를 배우려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요가라고 하면 여자만 하는 운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은데, 세계적으로는 이미 영국 팝가수 스팅을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 연예인들이 요가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요가원만해도 주짓수 도장 관장님을 비롯해 남성 회원이 3명이나 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요가가 여성만의 운동이 아니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돼 있다. 요가는 직장 남성들이 꼭 해야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오랜시간 의자에 앉아 근무하는 직장 남성들이야말로 요가를 통해 불균형한 자세를 바로잡고, 상사나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많은 남성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요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있는 것 같은데.

“요가원에 처음 오거나 문의하는 분들의 대부분 질문이 유연성과 나이를 많이 염두에 두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요가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상태에 따라 충분히 조절가능한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운동과 병행해서 하는 요가인들도 많으며, 스트레칭이라는 인식이 아직 있지만 요가는 스트레칭을 넘어 호흡과 함께 이루어지는 움직임으로, 근육의 이완과 수축이 반복되며 혈액 순환을 도우며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일례로 불면증, 우울증을 겪는 분이 요가를 시작하면서 약물 복용을 끊는 경우도 매우 많다. 유연성만 생각하고 우리 요가원을 찾은 회원들 대부분이 2주 정도만 지나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스스로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평소 관심이 없었던 몸과 호흡에 대해 알게 되면서 어떻게 몸을 쓰고 어떻게 호흡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터득해 가는 것을 볼 때 요가는 해 본 사람과 해 보지 않은 사람의 인식 차이가 큰 것을 느끼게 된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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