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세계 3위 도약 발판…2022년까지 무인택시 상용화 계획”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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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5 07:44  |  수정 2019-10-05 07:44  |  발행일 2019-10-05 제13면
현대차, 美 앱티브 합작법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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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손에 커피를 들고 주차장에 들어 선다. 그는 주차된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지 않는다. 이미 집을 나오면서 휴대폰을 이용해 차량을 호출했기 때문이다. 잠시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이 운전자 앞에 정확히 멈춰선다.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는 신문을 읽으며 출근을 한다. 늦잠으로 인해 거른 아침도 먹는다. 남성이 아침의 짧은 여유를 즐기는 동안 차량은 도로 상황, 정체 여부 등을 분석해 설정된 경로를 따라 자율주행한다.

다가오는 미래에 ‘운전자’란 개념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탑승자’ 시대다. 이에 전세계의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다양한 규제로 인해 관련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산업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해 자율주행차 관련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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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 앱티브社
현대차, 현금 1조9천억원 등 투자
미래 먹거리 투자로는 최대 규모

국내 자율차 시장 각종 규제 산적
기업의 기술개발 자유롭지 않아

아일랜드 본사 둔 앱티브와 만나
상대적으로 규제완화 연구 가능양
기업 큰 시너지 낼 것으로 전망

◆현대차 미래 먹거리 선점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보유한 미국 회사와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전문 회사인 델파이에서 분사된 미국 업체 앱티브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문 기업을 미국 현지에 설립,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엔 현대차그룹 측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공동으로 현금 16억달러(약 1조9천100억원)를 투자하고, 보유한 특허와 연구개발시설 등 4억달러(약 4천800억원) 규모 유·무형 자산을 공유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차·전기차·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그동안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하위권에 머무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단숨에 자율주행 기술 수준 세계 3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앱티브는 올해 기준 세계 3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위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2위는 GM이다.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은 15위로, 10위 안에 있는 포드·폴크스바겐·르노-닛산 등 해외 완성차업체에 한참 뒤처져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앱티브와 기술을 공유·개발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앱티브와의 협업을 통해 선진화된 기술을 배우고 이를 현대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하고, 로보택시(무인택시) 상용화 계획도 세웠다.

앱티브는 전장 부품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첨단 차량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델파이에서 2017년 12월 분사됐다. 작년 매출은 약 16조원, 영업이익 1조6천억원에 시가총액 27조원인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자율주행 부문에선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4단계는 운전자가 일정한 조건에서 운전에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모든 상황에 맞춰 차량 속도·방향을 통제하는 수준을 뜻한다. 자율주행 5단계는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한 의미의 무인 자동차를 의미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을 기술 수준에 따라 6단계(레벨 0~5)로 분류한다.

◆현대차 국내 규제(자율주행차 테스트) 벗어나 해외로

안타깝게 국내는 신기술 적용을 위한 시험 무대는 아니다. 각종 복잡한 규제들 때문에 세계시장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자유로운 기술 개발과 이에 따른 테스트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율주행차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자유롭게 자율주행차 테스트와 연구를 할 수 없었다.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조건부 허용만 가능하고 보험 상품 등이 부족해 글로벌 경쟁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개발되는 국제 경쟁 시장에서 신기술이 적용된 차량에 대한 테스트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기업에게는 여간 불리한 게 아니다.

반면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앱티브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미 로보택시(완전 무인차)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외에 피츠버그, 샌타모니카 등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약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며 테스트하고 있다. 앱티브는 현재 시범 사업 중인 BMW 로보택시를 현대·기아차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이번 합작회사 설립으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세계시장은 자율주행차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활발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은 주요 완성차업체와 IT업체가 협력, 합작법인 구성 등을 통해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도요타와 혼다,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 등 세 회사가 세운 합작회사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에선 다임러와 BMW, 아우디가 뭉쳤다. 반도체회사인 인텔도 BMW와 협력 중이다. 이번 현대차의 합작법인 설립이 기존 시장에 일으킬 변화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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