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물이었어요? 물을 때 멀티역 묘미 느껴요”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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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9   |  발행일 2019-10-09 제20면   |  수정 2019-10-09
연극 ‘오백에 삼십’ 오픈런 공연 멀티역 김이슬·이승욱 배우 인터뷰
“같은 인물이었어요? 물을 때 멀티역 묘미 느껴요”
동성로에 위치한 소극장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대구 토종연극 ‘오백에 삼십’에서 멀티녀·멀티남 역으로 각각 출연하는 배우 김이슬과 이승욱씨.

대구 극단인 ‘극단 돼지’(대표 이홍기)가 제작한 ‘오백에 삼십’이 다시 대구를 찾았다. 동성로에 위치한 소극장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지난 1일부터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2014년 초연해 지금까지 서울·대구·부산·전주 등 총 6천여회에 걸쳐 공연됐지만 여전히 객석이 꽉꽉 차는 연극계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지난 9월 서울 대학로 공연 연극 중 인터파크에서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작품에는 총 6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떡볶이 장사를 하는 허덕이는 인생 ‘허덕’, 베트남에서 온 그의 부인 ‘흐엉’, 뺀질이 고시생 ‘배변’, 백치미 공주병환자 ‘미쓰 조’, 돼지빌라 주인아줌마·복림할매·도라희 역을 맡은 ‘멀티녀’, 형사·짱깨·도라율 역의 ‘멀티남’이다. 출연 배우들은 모두 오디션에서 8대 1가량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지난 4일 멀티녀·멀티남 역을 각각 맡고 있는 배우 김이슬(27)과 이승욱씨(26)를 만났다.

2016년 대학로에서 연극에 입봉했다는 김이슬씨는 “이 연극은 특이하게 공연 시작 전에 먹을 걸 준다. 바로 떡볶이다. 떡볶이 장사를 하는 주인공 ‘허덕’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음식물 반입금지’의 소극장 문화를 깨뜨려 관객들에게 반응이 뜨겁다”면서 “떡볶이 먹으면서 관객들이 긴장감도 함께 내려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입봉작이라는 이승욱씨는 “공연 시작 전에 쌍둥이 유치원생으로 등장할 때 복장이 치마다. 살면서 치마를 처음 입어봐서 너무 어색했는데 자꾸 입다보니 재밌고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멀티녀역의 김씨는 이 연극의 웃음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물주보다 위에 있다는 건물주 ‘빌라 주인아줌마’ 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해낸다. 청년 ‘배변’을 재력으로 꼬드기려는 중년 아줌마 설정도 웃음 코드다. 김씨는 “독한 말을 하는 갑질 건물주지만 관객에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같은 인물이었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 멀티역의 묘미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허덕’은 퇴장도 거의 없이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라 극에서 가장 힘든 역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쓰 조를 짝사랑하는 짱깨와 ‘형사’로 등장하는 이씨는 “힘들긴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더 배우는 것 같다”면서 “극중에서 빌라 주인아줌마와 배변이 케미가 가장 좋은 커플”이라고 치켜세웠다.

가장 인상적인 극 중 대사에 대해 김씨는 “‘가난은 유전이야 유전’ 등 건물주의 독한 말이 떠오른다”면서 “원래 함부로 말 못하는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극 중에서 막말을 할 때 상대 배우 눈을 보면 상처받는 게 느껴져 마음이 짠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우리 돈은 없었어도 행복했다’라는 흐엉의 독백”을 가장 뇌리에 남는 대사로 꼽았다.

이어 두 배우는 “계층갈등, 인종차별, 청년 취업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담겨 있지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면서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 많은 가운데, 시대 문제를 다루면서도 재미있고 연령에 상관없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 연극이 장기간 인기를 모으는 비결인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연극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인 7평짜리 원룸과 옥탑방이 있는 ‘돼지빌라’를 배경으로 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세상에서 돼지빌라 주민들은 정겹게 인사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인정있게 살아간다. 월세 따박따박 안 낸다고 무시하는 빌라 주인아줌마가 평온한 삶의 걸림돌이다. 어느날 의문의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입주자들은 범인을 찾아 추리를 하며 서로 의심하고 싸우게 된다.

글·사진=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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