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대로 가면 TK 내년총선 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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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2   |  발행일 2019-10-12 제23면   |  수정 2020-09-08

영남일보가 11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조국 사태로 인한 대구경북(TK)의 민심 변화를 극명하게 읽을 수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離反)이 더 이상 추락할 바닥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찬반 여부, 정당 지지율 등에서 정부·여당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TK총선은 이대로라면 볼 것도 없다. 수차례의 경고신호에도 무감각하거나 ‘그래도 해 볼 만하다’며 안이하게 생각했던 지역 여권은 벼랑끝에 섰다. 최악의 순간에는 최악의 상황에 걸맞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지역민들로부터 가장 관심을 끈 항목은 대구 수성구갑 선거구의 후보적합도 조사였을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임은 물론이고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제대로 힘조차 쓰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유력후보 3명(김병준·이진훈·정순천)과의 1대 1 대결에서 3전 전패했다. 지지율 격차도 10~20%나 됐다. 20대 총선에서 얻은 60%대 득표율이 30%대로 반토막 났다. TK에서는 그나마 경쟁력 있다고 자부해온 김부겸 의원조차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선거구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연초부터 ‘김부겸도 위험하다’는 신호가 있었음에도 ‘설마’해 왔던 게 사실 아닌가. 수성구갑을 험지(險地)라며 이곳에 눈독 들이던 야당 유력 후보들도 더 이상 ‘험지의 전사(戰士)’를 자처하는 게 무색하게 됐다. 사실 TK 모든 선거구가 이제 야당의 ‘양지(陽地)’라 해도 무방하다.

몇가지 조사 항목은 이같은 상황이 가까운 미래에도 바뀌기 힘들 것임을 예고한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75.5%,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찬성이 73.9%로 압도적이다. 반면 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19%에 그쳤다. 급격히 기울어진 민심도 관심사이지만, 눈길 끄는 대목은 ‘무응답’ 또는 ‘지지정당 없다’는 답변의 비율이었다. 7%대에 불과하다. TK 민심이 콘크리트화되고 있다는 뜻이고, 변화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의미다. 체감 민심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 여권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맞설 것인가. 맞선다면 누구와 맞설 것인가. 가만히 있으면 결과는 뻔하다. 답은 나와 있다. ‘TK 여권’은 조국 사태를 풀기 위해 ‘중앙 여권’과 의연히 맞서 국정의 방향을 트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 충정(忠貞)의 승부수를 중앙 여권을 향해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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