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2분도 안돼 곤두박질…기체결함 가능성 등 제기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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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2 07:18  |  수정 2019-11-02 08:06  |  발행일 2019-11-02 제3면
조종사 과실 가능성은 낮아
강풍 등 환경요인도 배제못해
20191102
1일 독도 인근 바다에서 해경 고속 단정이 추락한 헬기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를 포함해 7명이 탑승한 중앙119구조본부(대구 달성) 소속 소방헬기 EC-225가 독도 해상에 추락한 시각은 지난달 31일 밤 11시26분쯤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헬기는 이륙 2분 내에 바다에 떨어졌다. 최초 사고를 목격하고 소방당국에 신고한 신정범 독도경비대장(경감)은 “이륙한 지 2분도 안됐다. 추락한 지점과 의 거리는 알 수 없지만 헬기가 밑으로 비스듬하게 가다가 고도를 낮추길래 이상해서 봤는데 바다에 추락했다”며 “경비대가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거리는 알 수 없었다. 동도에서 남쪽방향(추락지점)이다. 제가 직접 보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사고 14시간 만인 1일 오후 3시쯤 헬기 기체가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수색이 한창인 가운데 사고 원인을 두고 세 가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기체 결함 가능성이다. 사고 소방헬기는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EC-225기종으로 ‘영남1호’로 불린다. 2016년 3월 도입한 최신형이다. 하지만 도입 한 달 후 동일 기종이 노르웨이 해상에서 추락해 탑승자 1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원인은 ‘기체결함’으로 드러났다. 엔진의 힘을 날개로 전달하는 주 기어박스 내 부품결함이었다. 지난해 해병대1사단에서 추락해 5명의 생명을 앗아간 마린온 헬기도 프로펠러와 기체를 연결하는 중심축인 로터마스터 결함으로 사고가 났다. 마린온은 독도서 추락한 헬기와 기종은 다르지만 제조사가 같다.

전문가들은 기어박스가 제 역할을 못하면 프로펠러에 힘을 얻지 못해 추락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2016년 7월 EC-225와 동일 부품을 수입해 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30여대의 부품을 교체하는 일도 빚어졌다. 영남1호도 기어박스 내 부품을 새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어박스 결함 원인이 다양한 만큼 기체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항공사고 조사 전문가는 “주 기어박스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아 ‘피로 누적’에 따른 기체결함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아예 기체결함을 추락 원인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사고 헬기는 정기 점검을 모두 마쳤고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둘째, 독도 해상 추락 사고가 자정 가까운 시각에, 이륙한 지 얼마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버티고(vertigo)’를 의심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현기증을 뜻하는 버티고는 조종사가 균형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어두운 야간시간대에 조종사가 어디가 하늘이고 땅인지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남1호는 적외선으로 전방을 감시하는 장비가 탑재됐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는 이 장비로 조종한다. 기장·부기장 등 조정사 2명 탑승하는 만큼 조종사 과실 가능성은 낮다.

마지막으로, 조종사가 헬기를 제어할 수 없는 환경적인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기상은 초속 10~12의 바람이 불었다. 조금 강한 수준의 바람이다. 해상에서 섬으로 부는 바람의 경우 세기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블랙박스 회수 후 분석을 통해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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