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준비하고 기다렸는데…” W병원, 뉴스 속보 듣고 충격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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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2 07:22  |  수정 2019-11-02 07:22  |  발행일 2019-11-02 제4면

“수술 준비를 한 뒤 기다리고 있었는데…, 날벼락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니 마음이 무거울 뿐입니다.” 지난달 31일 밤 10시쯤 대구 W병원. 경북소방본부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독도 인근 해상에 있던 배에서 작업 중이던 한 남자의 왼쪽 엄지손가락 한마디 가량이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이어 헬기로 이 환자를 이송해 대구 두류야구장에 도착한 뒤 W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다.

수화기를 통해 “절단된 엄지손가락을 찾았고, 절단면이 깨끗하다”며 환자 상태를 전해 들은 의료진은 환자가 제때 도착만 하면 수술 예후도 좋을 것이란 생각에 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응급실 내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정형외과 전문의·간호사 등 의료진 5∼6명을 대기시켰다.

당초 1일 오전 2시쯤 도착 예정이었지만, 환자를 태운 헬기는 끝내 W병원으로 오지 못했다. 이 곳에 올 예정이던 손가락 절단 환자를 태운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는 독도에서 이륙한 뒤 불과 2∼3분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 헬기 안엔 환자·보호자·소방구조대원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었다.

병원 한 관계자는 “소방당국으로부터 ‘헬기 이상으로 울릉도에서 환자 이송을 못 하겠다’는 연락을 받을 때만 해도 단순히 헬기에 이상이 있어 못 뜨고 있는 상황으로만 여겼지, 추락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이후 응급실에서 기다리던 중 뉴스에서 헬기 추락 속보를 듣고는 다들 ‘우리 병원에 왔어야 하는 헬기 아니냐’며 충격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전날 밤부터 헬기가 추락할 때까지 같이 기다리고 있었고, 환자 상태와 이송 과정까지 다 알고 있었던 탓에 이번 사고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고 안타까워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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