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타다’ 불법 판단…스타트업 성장 발목 잡나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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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2 07:59  |  수정 2019-11-02 07:59  |  발행일 2019-11-02 제13면
VCNC·쏘카 대표 기소 논란
檢 ‘타다’ 불법 판단…스타트업 성장 발목 잡나
檢 ‘타다’ 불법 판단…스타트업 성장 발목 잡나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檢 ‘타다’ 불법 판단…스타트업 성장 발목 잡나
동유럽의 소국 에스토니아는 정부가 차량 공유를 아예 수출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전세계 35개국에 진출한 볼트. <볼트 제공>

‘타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달 28일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와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제공,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자동차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여객운송(유료 영업)을 했다는 혐의다.

“승차거부 없고 서비스 질 높아”
국민청원엔 합법화 요청글 올라
박영선 장관 등 검찰 결정 비판
스타트업 업계도 성명내고 우려

해외서도 승차공유 마찰 크지만
정부가 개인선택권 규제는 안해
호주선 이용자 우버차량 호출시
부담금 1달러 내 택시업계 지원
세계시장선 산업으로 자리잡아

검찰의 기소가 알려지면서 29일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 국회, 검찰 모두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우린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한탄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검찰의 기소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국토교통부의 태도에 절망스럽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일로 스타트업 업계는 많이 위축될 것”이라며 “저 또한 대한민국에서 창업하는 걸 추천하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승차거부 없고 서비스 질이 높은 타다 서비스를 합법화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그동안 대한민국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했다”며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요구했다. 정부차원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검찰이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운행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쏘카 이재웅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너무 전통적인 생각에 머무는 것 아닌가” 라며 “검찰이 너무 앞서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을 대변하는 중기부 장관이 검찰 결정에 대해 모빌리티 등 신사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이어 박 장관은 검찰의 기소를 ‘붉은 깃발법’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붉은 깃발법은 붉은 깃발을 꽂은 마차보다 자동차가 느리게 달리도록 했던 법으로 시대착오적 규제를 상징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행을 불법이라고 결론 내린 검찰의 기소 결정과 관련해 “신산업 육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의 잇단 비판에 검찰은 “면허 없이 여객운수사업을 운영한 것은 처벌 대상”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다 등 한국 공유기업의 문제는 기존 업계와의 갈등 vs 정부 문제

검찰에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네거티브 규제’(법에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를 실천하지 못한 것이 갈등이 증폭된 원인”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또 국토부의 상생안에 대해서도 ‘졸속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강조한 네거티브 규제를 국토부가 받아들여 일단 허용은 하되 문제가 생기면 후행 규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면 지금처럼 갈등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택시 업계가 피해를 본다고 하자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너희도 택시가 돼라’(면허를 사라)고만 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며 타다 논란의 원인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반면 타다·우버 등 공유경제 논란에 대해 일반 국민의 38%는 갈등의 원인으로 기존 업계의 반대를 꼽았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유경제 규제혁신에 대한 국민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기존업계의 지나친 반대’(38.0%)를 공유경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했다. 이어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19.3%), ‘국회 등 정치권의 조정 실패’(17.4%), ‘공유경제 업체의 무리한 사업추진’(13.9%)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해외의 경우 시장 조율로 마찰 줄여

타다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에 택시업계가 극렬하게 반발하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승차 공유의 원조인 ‘우버’가 탄생한 미국도 지난해 뉴욕에서만 택시기사 8명이 목숨을 끊었고 지난 3~4년간 950여명의 택시 기사가 경제난으로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우버는 올 5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 565억달러(약 66조원)로 미국의 대표 완성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523억달러)보다 비싼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정부는 우버의 확장을 경계하면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다. 뉴욕에선 시 당국이 우버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우버·리프트 등 차량이 기존 택시업계를 위협한다는 택시업계의 주장을 뉴욕시의회가 받아들였다.

뉴욕에선 우버·리프트 등에 등록된 차량이 2015년 2만5천대에서 지난해 8만대로 늘었다. 뉴욕시 전체 택시 수(약 1만3천대)의 6배나 될 만큼 폭증한 것이다. 택시 운전자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논리를 시 당국과 의회가 지지한 것이다.

의회 등의 규제에도 뉴욕에서는 여전히 시민들이 우버 차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뉴욕시 당국조차도 시민이 택시보다 저렴하게 우버를 이용하는 기회의 문을 폐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뉴욕의 승차 공유 이용 건수는 작년 2월 하루 평균 약 60만건에서 올 2월 약 72만건으로 늘었다. 우버 폭증으로 택시 시장이 붕괴하자 규제에 나섰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원칙은 지킨 것이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정부가 나서 기존 택시 사업자가 승차 공유 서비스로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윈·윈 정책을 추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정부는 작년 2월부터 이용자가 우버 차량을 호출할 때마다 부담금 1달러를 내도록 했다. 이렇게 5년간 2억5천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주 택시 업계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정부는 택시와 승차 공유 서비스를 별개 시장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우선 택시 정류장은 택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아 동반 승객의 경우 택시는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카시트를 갖춘 차량만 부를 수 있도록 했다.

동유럽의 소국 에스토니아는 정부가 차량 공유를 아예 수출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택시·차량·오토바이까지 부를 수 있는 승차공유업체 ‘볼트’가 전 세계 35국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랐다.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캡스, 브라질의 99 등과 같은 승차 공유 기업도 모두 갈등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택시와의 갈등에도 ‘승차 공유’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지역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해당사자 간 마찰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심해지면 스타트업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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