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포노 사피엔스’를 읽고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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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4 08:12  |  수정 2020-09-09 14:08  |  발행일 2019-11-04 제18면
“스마트폰, 부작용 인지하고 지혜롭게 사용해야”
거대한 시대의 변화 거스를 수 없어
암기·문제풀이식 교육 매달리기보다
새로운 수업방식 적용해 역량 키워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포노 사피엔스’를 읽고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한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다. 그 작은 스마트폰에 온 눈과 신경을 몰입한다. 그러니 옆을 지나가는 차도, 불쑥 튀어 올라 온 보도블록도 신경 쓸 수 없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 오죽했으면 이런 모습을 스마트폰 좀비(smartphone zombie)라 하여 스몸비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

교무실에 전화가 걸려 온 것은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각이었다. 전화기 너머 학부모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2학기 도덕 수업을 하기 위해 구글 클래스룸에 가입하는 과제를 주었는데 이게 사달이 난 모양이다. 학부모는 신념을 가지고 지금까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았다고 하셨다.

나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두 아이를 키운 엄마인데 어찌 모를까.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그분의 고민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예전 일이지만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딸아이는 휴대폰을 사 달라고 무지하게 떼를 썼다. 휴대폰의 유해함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 사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도도한 시대의 흐름을 어찌 거스를 수 있겠는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잠시라도 휴대폰을 아이 손에서 떼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날들. 아이와 관계마저 매우 나빠지게 만든 휴대폰에 얽힌 좋지 않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학부모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자신의 신념에 대해 말씀하셨다. ‘아! 이런 부모님 밑에 자라니 아이가 그렇게 참했구나!’ 몇 마디 대화 속에 스마트 시대에 맞는 수업을 하려는 것이지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신 후 “자신의 철학을 좀 이해해 달라”고 하시면서 통화를 마쳤다. ‘그럼요! 이해하고말고요.’ 왜 모르겠는가. 손 안의 작은 기계 하나가 온 세상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펼쳐 주고 있으니 거기에 중독되어 내 아이 망칠까 하는 부모의 마음을…. 게다가 요즘은 16년 전 딸아이 시절의 휴대폰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절이 아닌가. 부모의 입장에서는 기능이 많다는 것이 걱정거리도 많아진다는 뜻임을….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는 부제가 붙은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2010년부터 본격화되었으며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36억명쯤이라고 한다. 이 책은 ‘기존 질서의 붕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위기감으로 새로운 문명에 올라타기를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의 도도한 부상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어린 시절 동네 공터에서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며 자란 나는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다. 지금의 이 글은 워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처음 컴퓨터나 인터넷을 접했을 때의 놀라움과 낯섦을 잊지 못한다. X세대와 달리 새로운 문물을 배우는 것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의 흐름에 정신 차리기도 힘들 지경이다. 물론 내 손에도 스마트폰은 있다. 조금씩 진화하고는 있지만 주로 전화와 문자 주고받기로 사용한다. 그러니 스마트폰을 게임기로 여기는 젊은 세대의 문명이 이해되지 않는다.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게임은 마약,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을 한다. 카페에 같이 앉아 있으면서도 자신의 스마트폰만 보는 모습에서 피폐해진 인간관계에 대해 슬퍼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등하교 시간에 스마트폰에 온 영혼을 빼앗겨 있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재미없는 수업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서도 우리의 앞날을 걱정했었다.

하지만 다들 아는 것처럼 거대한 시대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 책은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문명의 시대가 열렸음을 말한다.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문명도 훌륭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선택하였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새로운 문명을 즐겁게 학습하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 교육에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문명을 지나치게 배제하고 암기 교육, 객관식 문제 풀이 교육에 매달리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일깨우면서도,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아이의 시야를 넓혀주는 건 어른의 몫이라고 했다. 엄마이자 교사로서 이 통렬한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것은 많은 수업의 목적 중 하나일 것이다. 3대 미래 역량 중 하나로 ‘기계와의 협력적 소통 역량’을 말한 자료를 본 적이 있는 나는 며칠 전 구글 크롬북으로 모둠 협력 수업을 시도해 보았다. 솔직히 이런 스마트한 방법에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수업 준비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수업을 대하는 우리 아이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수업이라고 피드백도 해 주었다. 아이들의 표정처럼 우리의 스마트한 미래도 밝을 것이라 믿는다. 신현숙<대구조암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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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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