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지진 처리 놓고 ‘TK패싱’ 소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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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8   |  발행일 2019-11-18 제31면   |  수정 2020-09-08

2년 전인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포항시민은 물론이고 대구경북 주민 모두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 지진이 발생하기 전 적어도 10번의 전조 증상이 있었으며, 지열발전소 측이 이를 모두 무시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조 증상이 있었을 때 공사를 멈췄다면 포항 지진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포항지진 2주년 관련 심포지엄에서 독일 연구진은 “지진확률을 계산한 결과, 2016년 12월23일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물 주입을 멈췄다면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1%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2017년 4월15일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라도 물 주입을 멈추었다면 지진 발생확률을 3%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5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 주변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의 행위지만, 공사기간 중에도 이상 징후를 보였을 때 즉각 물 주입량을 줄이거나 주입을 멈췄다면 지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어서 포항시민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진피해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작은 진동만 있어도 지진이 난 줄 알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흥해 주민 중에는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파손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체육관 임시구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포항시민들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이미 지난 3월 정부조사단에 의해 자연재해가 아니라 무리한 지열발전소 건설공사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발표 이후 이재민들은 신속한 보상 조치와 함께 주거 안정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나 정치권, 시공업체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답답한 포항시민들이 감사청구까지 했지만 감사원에서는 소식이 없고, 검찰수사도 뒷북만 울리고 있다. 늦었지만 국회가 조만간 지진피해 배상과 보상책임을 담은 포항지진특별법을 통과시킨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온라인에서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인재로 인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면 정부나 국회가 포항처럼 구경만 하고 있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이니까 정부가 소 닭 보듯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진피해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생활 안정대책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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