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의원직 총사퇴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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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8   |  발행일 2019-11-18 제31면   |  수정 2019-11-18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국당으로선 오는 12월3일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대응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어 이 카드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끼리 선거제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민주당, 정의당, 대안신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을 합치면 과반이 가능하다.

개정 선거법이 지역구 의석수를 225석까지 줄이도록 돼 있어 민주당 호남 쪽 의원들 중에서 반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실제 이탈표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무기명 투표를 하도록 돼 있는 인사 관련 안건이 아니어서 기명 투표를 한다. 기명 투표는 전광판에 이름이 뜨기 때문에 의원들이 공천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반대표를 던지기 어렵다.

선거법을 여야 4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해야 한다는 말이 한국당에서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이전에도 당내에서 의원직 총사퇴에 대한 의견이 여러 번 오갔다. 그러나 재선 의원들이 모여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며 지도부에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써야 한다”며 동조의사를 비쳤다.

홍준표 전 대표가 ‘웰빙 투쟁’이라고 평가절하했듯이 한국당의 의원직 총사퇴는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의원직 사퇴안건을 처리하려면 본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에 불참하면 과반 찬성이 어렵다. 그리고 안건이 본회의에서 통과돼도 국회의장이 재가를 하지 않으면 사퇴처리가 안 된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러한 내용을 잘 알면서 일종의 시위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12월이면 예산안과 법안 처리도 다 끝나고 그때부터 총선에 본격 뛰어들어야 하는데, 사직서 제출을 구실로 지역구에 눌러 앉겠다는 속셈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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