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편지쓰듯 쓴 글, 직접 만든 도자기 사진 얹어 수필집으로”

  • 글·사진=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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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0   |  발행일 2019-11-20 제14면   |  수정 2019-11-20
조경희씨 수필집 출간 도예전 가져
가족사·일상사 등 진솔하게 표현
“슬픔도 기쁨도 지나가는 이야기”
“내게 편지쓰듯 쓴 글, 직접 만든 도자기 사진 얹어 수필집으로”
늦깎이 도예가이자 수필가인 조경희씨가 자신의 도예공방 ‘노을’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다.

“부족한 제가 주변의 많은 분들 도움으로 전시회를 열고,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유명해지거나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편안하고 밝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늦깎이 도예가이자 수필가인 조경희씨(57)가 첫 수필집 ‘지나가는 이야기’ 출간과 함께 24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층 5전시실에서 도예전을 열고 있다. 2013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이다. 오픈식이 열린 19일엔 출판기념회도 함께 가졌다. 책 제목과 전시회 주제는 ‘지나가는 이야기’.

수필집에는 그의 도자기 작품이 실려 전시회 도록(圖錄) 같은 느낌을 준다. 조씨는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슬픔도, 꽃처럼 환한 날들도 모두 지나가는 순간의 이야기”라며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표제작인 ‘지나가는 이야기’는 손수레에 부업거리를 싣고 가는 젊은 여성을 공방에서 내다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쓴 글이다. 전시대 위 도예 작품에도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 양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는 도자기로 만든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를 말하고 있다.

조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도예공방 ‘노을’(대구 북구 국우동)에 대해 “좋은 사람과 함께 어울려 그릇을 만드는 놀이터”라고 소개했다. 도자기를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가지고 싶은 만큼 살 수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하고, 그렇게 10여년을 지내오는 동안 전시회도 열고 공방도 열어 지금은 빚고 싶은 것은 모두 빚고 있단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수업료를 받지 않고도 선뜻 나서서 찾아간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편지를 썼다는 조씨는 “수필은 나에게 쓰는 편지”라고 규정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수필집에는 친정 부모, 할머니, 외할머니, 부업을 하며 알뜰살뜰 살림을 꾸리던 신혼시절, 첫 아들을 가슴에 묻은 슬픔, 기관사 남편, 삼남매와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 이야기, 늦게 시작한 글쓰기 공부와 공방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행복한 일상을 엮어가는 이야기 등이 꾸밈없이 진솔하게 표현돼 있다.

글벗들은 그를 가리켜 ‘아카시아 꽃’ ‘바다를 닮은 캄보디아의 호수’ ‘수시로 반란을 꿈꾸고 실행하고 잠재우기를 반복하는 팔색조’ ‘연탄재 무덕무덕 쌓인 골목길 같은 사람’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람을 벌고 저축하는 사람’ 등으로 평가했다. 이원길 수필가는 “그의 글에서는 등겨 두어 바가지 넣어서 끓인 쇠죽냄새가 난다. 의성 고을 세촌마을 농투성이의 발 고린내가 난다. 계영배에 담긴 고아한 술 냄새도 종종 난다”며 조씨의 토속적이고 진솔한 글을 평가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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