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 시급하다

  • 한영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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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0   |  발행일 2019-11-20 제14면   |  수정 2019-11-20
[시민기자 세상보기]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 시급하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는 것이 습관이다. 틈만 나면 포털 사이트를 열어 정치·사회·연예 기사 가리지 않고 읽어온 게 한참이다. 필자 역시 인터넷기사를 찾아 읽지만,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로 존재를 드러낸 적은 거의 없다. 그런 내가 2012년 기사에 첫 댓글을 달았던 것은 연예인에 대한 인신공격이었다.

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기사의 댓글에는 최씨의 외모와 학력을 비하하는 내용이 터무니없게 넘쳐났다. 나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견해를 밝힐 수 있고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과 정치견해가 다르다고 인신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내 댓글에 또 다른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의견이 옳다는 쪽도 있었고 최씨에게 하듯 비난하는 쪽도 있었다. 첫 댓글이었던지라 ‘나빠요’의 숫자와 비난 댓글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 댓글을 달진 않았지만, 기사를 읽고 댓글까지 읽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며칠 전 중학생이 몰던 승용차가 도로변에 돌진해 10대 2명이 숨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운전자와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1천200개 이상 달린 댓글을 살폈다. ‘좋아요’ 숫자가 가장 높았던 “그나마 애꿎은 사람 안 죽어서 다행이네”의 댓글은 양호했다. “잘됐네. 쓰레기 치워줘서 고맙다” “5명 전부 죽었어야 하는데 아깝다” 등의 악성 댓글이 수없이 달려 있었다.

내 자식 이야기도 아닌 것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인데 유족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니 끔찍하기까지 했다. 철없는 중학생의 호기심으로 인한 실수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비난해야 하나.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싶었다. 아이들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고인과 유족을 생각해서라도 상식선에서 멈춰주었음 하는 바람이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와 연관 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댓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수준까지 왔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악성 댓글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멘탈이 강한 사람은 드물다. 하물며 한두 사람만 나를 비난해도 상처를 입는데 수천, 수만의 모르는 사람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력적인 언어와 조롱으로 인신공격을 해온다면 그 누가 견딜 수 있을까.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말이 있다. 죄책감 없이 악성 댓글을 달며 자신의 존재감을 그릇되게 드러내는 악플러들이 사라지려면 성인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 ‘인터넷 댓글 실명제’가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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