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인성교육 우수학교 사례 ‘셋’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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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5 07:38  |  수정 2019-11-25 07:40  |  발행일 2019-11-25 제15면
“친구·선생님과 어울리는 학교 모든 생활이 인성교육”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 관련 내용이 법으로 만들어졌다.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이다. 법에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명시되어 있다. 최근에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식만 배우지 않는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인성교육에 집중해온 대구의 학교 3곳을 소개한다. 학생들에게 강의식으로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들 학교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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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원초등 학생들이 오래된 학교 담벼락을 벽화로 꾸미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동원초등 ‘학교 교육과정-학생 자율 교육과정의 연계’

2∼3교시 사이 40분 놀이시간 편성 운영
줄넘기 등 협력활동…담장 벽화 프로젝트


대구동원초등은 재학생 중 40% 이상이 군인 자녀다. 전학을 오고 가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대부분 학부모가 자녀들의 학교 생활 적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동원초등이 인성교육을 중시하게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 교육과정과 학생 자율 교육과정이라는 ‘투 트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프로젝트 학습 형태로 여러 과목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의 의미를 배우고,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기 위해 사회와 도덕 교과를 연계하는 것이다. 학생자율교육과정의 경우, 놀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2~3교시 사이에 놀이시간을 편성해 운영한다. 수업시간과 동일한 40분이다. 이 시간은 단체줄넘기, 피구 등 스포츠클럽 활동, 오케스트라, 난타와 같은 동아리 활동처럼 학생들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활동들로 구성된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했던 활동이 학생 자율 교육과정으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동원초등 학생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제안으로 학교 뒤편의 낡은 담장에 벽화를 그렸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술 과목과 연계한 학교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생 자율교육과정도 활용해 약 2주에 걸쳐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권혁기 교사는 “올해로 7년째, 오랜 기간 교육과정을 유지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동원초등만의 문화로 정착되었다는 게 다른 학교와 차별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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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강림초등 학생들이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벼룩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강림초등 ‘ROCK수업전략·사제동행·학부모 서포터스’

배운 것 떠올리기와 배울 내용 유추 활동
친구·교사와 소통·협력과정서 인성함양


학생들은 친구, 교사와 함께 소통하는 과정에서 인성교육을 배워 나가기도 한다. 대구강림초등은 ‘ROCK 수업 전략’을 세워 인성 교육 중심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협력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다. 여기서 ‘ROCK’은 Remind(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 떠올리기), Objective(학습 목표 명료화하기), Cooperation(협력학습 활동하기), Keeping(정리하기)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상기시키는 활동으로 시작해, 공부할 문제에서 모르는 낱말을 유추해보고, 교사의 질문에 대한 짝의 의견을 묻고, 배운 내용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다시 떠올려 친구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공부한 내용을 완전하게 익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사제 동행 활동도 마련하고 있다. 놀이활동과 체육활동을 통해 친구, 교사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아침시간(오전 8시부터 8시25분), 놀이시간(오전 10시30분부터 10시50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맨발걷기, 줄넘기, 배구와 같은 신체활동을 교사와 함께 하게 된다.

이외에도 학부모 교육활동 서포터스단을 운영해 학생, 학부모가 모두 참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벼룩시장을 통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가정과 지역 사회와 연계해 이뤄지고 있다.

김은지 교사는 “인성교육은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신체활동의 경우, 같이 하다가 다툼도 생길 수 있지만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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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율원중 학생들이 다정다감 말꽃 피우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율원중 ‘따뜻한 말 한마디…다정다감 율원 프로젝트’

캐릭터 인형 복장으로 등굣길 학생 맞이
말꽃 피우기 운동·감사노트 쓰기 등 전개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인간 관계를 바꾸기도 한다. 대구율원중은 이같은 말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다정다감 율원 프로젝트’다. 율원중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날마다 신나는 등굣길 학생 맞이’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 등굣길 블루투스 스피커를 활용해 밝은 음악이 흐르게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캐릭터 인형 옷을 입고 등교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학생 생활 지도가 중심이 됐던 이전의 등굣길과는 달리 밝은 분위기로 바뀌게 됐다.

바른말을 쓰도록 하는 ‘말꽃 피우기 운동’도 전개했다. 등굣길 학생들이 사과와 화해, 고마움, 우정 등의 메시지를 다정다감한 말투로 써서 응모함에 넣게 하는 ‘다정다감 엽서쓰기’가 대표적이다.

‘감사의 기적 21일’ 활동도 있다. 학교는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기록할 수 있는 감사 노트를 전교생에게 배부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자습시간 이 노트에 감사일기를 썼다. 우수 감사노트는 교내 축제 기간 전시해 공유하기도 했다.

이같은 활동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다정다감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다정다감 에이전트에 선정된 학생들은 말꽃 피우기 운동 등에 도우미로 참여하는 등 다정다감한 학교 문화 만들기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장순규 교장은 “질풍노도 시기의 학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친구를 돕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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