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투병 때 음식봉사 결심…남 위해 일하니 내가 더 잘돼”

  • 글·사진=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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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  발행일 2019-11-27 제11면   |  수정 2019-11-27
중국음식점 운영하는 조정태씨
어르신·장애인에 자장면 대접
올해‘자랑스러운 구민상’수상
“신장암 투병 때 음식봉사 결심…남 위해 일하니 내가 더 잘돼”
매월 셋째주 목요일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에서 어르신들에게 점심으로 자장면을 대접하는 조정태씨.

신장암을 이겨낸 조정태씨(54·대구 남구 봉덕동)는 봉사하는 손길 위에 복을 움켜쥔 사나이다.

조씨는 지금의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기 전까지 안해 본 일이 없다. 택시 운전, 가스 배달, 주류 판매 등 여러 일을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힘든 날을 보냈다. 그때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고향 선배의 권유로 중화요리 기술을 익힌 후 가게를 열었다. 조씨는 중화요리로 승부를 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한 결과, 입소문이 나면서 자리를 잡았다. 저축도 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7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던 중 자동차와 접촉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신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에 피곤함을 느끼면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신장과 간이 망가진 상태임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열심히 사느라 쉬어본 날이 없었던 그는 큰 수술을 했고, 두 달간 병원신세를 졌다. 그때 동네 어르신들에게 자신이 만든 자장면을 대접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퇴원 후에 한 달에 한 번(매월 셋째 목요일) 본인 가게에서 남구 일대의 어르신들에게 자장면으로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평소 300~400명분을 준비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반죽해서 면을 뽑고 재료 준비를 하는데, 이날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준비한다.

조씨와 10여명의 봉사자는 홀몸노인과 주변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한 끼의 식사지만 정성을 들여 준비한다. 자원봉사자인 김만철 대구 남구 새마을협의회 회장은 “조정태씨는 남구 새마을협의회 부회장으로 봉사도 열심히 하지만 인품도 훌륭한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씨는 평소 잘 드시던 어르신이 자장면을 더 달라고 하지 않아 다가가서 “어무이 더 잡수이소”라고 말하면, 생각이 없던 분도 더 달라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5년째 자장면을 먹으러 온다는 서만수씨(84·남구 봉덕동)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조씨가 고맙다. 이웃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92세의 형님을 위해 자장면 한 그릇 얻어서 가져다 준다”고 했다.

조씨는 남구 사랑 나눔회 봉사회에서 6년 넘게 봉사를 했다. 3년 전부터 남구 부자국밥식당 부부가 어르신들께 한 달에 한 번 밥봉사를 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한국장애인부모협회 남구주간보호센터에서 자장면 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두 달 병원 생활을 끝내고 돌아와서 자장면 봉사를 시작했을 때 어르신들이 “살아와 줘서 고맙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라며 염려해 준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조씨는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건강해 보이시네요”라고 하니 “예. 제가 봉사를 하면서 하는 일도 잘 되고, 아들 둘도 잘 성장해서 자기 몫을 잘하고 살아가고 있어 감사하지요”라고 했다. 올해 남구청으로부터 자랑스러운 구민상을 받은 조씨는 “중국집을 하는 동안에는 자장면 봉사를 계속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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