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에 허찔린 민주당, 본회의 무산시켜 맞대응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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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30   |  발행일 2019-11-30 제3면   |  수정 2019-11-30
文의장 “정족수 채워져야 가능
민주, 200개 안건 처리방안 부심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200개 안건 전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고 나서자 전혀 예상치 못한 수에 허를 찔린 분위기다. 민주당은 일단 이날 본회의를 무산시키는 방법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통과를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 상황 보고와 법안 처리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진행하던 도중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의총을 중단한 뒤 문희상 국회의장을 급히 면담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문 의장에게 개의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에도 본회의 불참을 주문했다.

문 의장도 관례를 들어 의결정족수가 안되면 회의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국회법상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59명)의 출석으로 개의하지만, 의결정족수를 기준으로 하면 ‘재적의원 과반수(148명)의 출석’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의원(108명)들만 출석해선 본회의가 열릴 수 없는 셈이다.

민주당이 ‘민식이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대기 중인 본회의를 포기한 이유는 199개 안건을 모두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한국당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당 의도대로 법안 건건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 정작 중요한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이번 정기국회뿐 아니라 연내 처리도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규탄대회에서 “제가 30년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꼴은 처음 본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며 “한국당은 한나라당만도 못한 것 같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그 어떤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생법안을 필리버스터로 통과 못하게 하는 것은 국회를 마비시키는 것과 똑같다”며 “참을 만큼 참았다.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패스트트랙 공조 복원을 위한 ‘4+1협의체’에 참여 중인 대안신당도 “헌정 파괴 수준의 거대 야당의 횡포”라고 한국당 비난에 가세했다.

최경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의 전횡을 막기 위해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할 때”라며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에 4+1 협상을 통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함께 제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회법 106조2는 필리버스터가 신청된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의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종결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제출 뒤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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