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소음에 관람 방해” “더빙판 상영횟수 태부족”…겨울왕국2 흥행 속 ‘노키즈존 논란’ 재점화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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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07:14  |  수정 2019-12-03 07:18  |  발행일 2019-12-03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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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가 상영되는 한 극장가. ‘겨울왕국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노키즈존’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겨울왕국2’가 ‘노키즈존(No Kids Zone)’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전체관람가인 탓에 어린이 관객이 적지 않고, 이들의 소음으로 인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관을 아이 상영관과 어른 상영관으로 분리하자는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이 논란은 우리 사회 아동혐오의 단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관람가 어린이 관객 떠들썩
상영관 분리 목소리에 갑론을박
사회학 교수들 “아동혐오 아니다
부모의 공공도덕 교육이 해결책”


◆“노키즈존 만들어 주세요” vs “갈 곳이 없어요”

지난 8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 10명 중 6명(60.9%)이 공공장소에서 만 13세 이하의 어린이와 영유아가 일으킨 소음문제나 충돌 등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편함을 겪은 장소는 음식점(71.4%·중복응답)·카페(33.8%)·지하철(15.8%)·극장(14.3%) 등 순서였다. 전체 응답자의 66.1%가 노키즈존에 찬성했다. 자녀가 있는 기혼자는 54.8%가 찬성했고, 29.3%가 반대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 데리고 눈치 안 보며 보고 싶지만, 선택지가 정작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6세 딸을 둔 이모씨(41·대구시 동구 효목동)는 “한글이 서툰 아이는 자막보다는 더빙 영화를 봐야 하는데, 정작 더빙 영화는 하루에 몇 차례 안 한다”며 “부득이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성인들이 많은 자막 상영관으로 향해야 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영화관 4곳의 영화 상영 시간표 확인 결과, 3일의 더빙 상영은 총 9번인 반면, 자막 상영은 88번으로 예정돼 있었다. 게다가 더빙 상영관의 상영시간은 아침에서 이른 오후까지라 일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 시간대 영화를 보러 가기 쉽지 않다.

◆숙지지 않는 갑론을박

노키즈존에 대한 갑론을박은 인터넷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영화의 주 타깃이 아이들인데, 어른들이 보러 가서 아이들을 탓하면 되나. 키즈카페에 가서 아이들 소음이 싫으니 나가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등 노키즈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올라와 있다. 동시에 “아이들이 영화관에 오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노키즈관과 아이 동반 가능관으로 나눈다는 건데 뭐가 혐오고 차별인가”라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 운영에 대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그에 따라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에 따라, 영화관이 어린이 관람을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 ‘노키즈관’과 ‘키즈관’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이 문제의 초점은 아이들이 떠든다는 것이므로, 부모가 공공장소에선 공공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면 된다. 모든 아이들이 떠드는 건 아니다. 사회적 시민의식을 어린아이때부터 가르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슈의 답”이라고 말했다.

조주은 경북대 교수(사회학)는 “아동 배제나 혐오라는 시각에서 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끄러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노키즈존을 마련해달라는 것은 당연한 요구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영화관에서 노키즈존을 설정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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