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가] 젊은이들의 팍팍한 세상살이…여백과 고요함이 담긴 詩 50여편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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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  발행일 2019-12-03 제25면   |  수정 2019-12-03
[지역 출판가] 젊은이들의 팍팍한 세상살이…여백과 고요함이 담긴 詩 50여편
김세연 소설집 ‘홀리데이 컬렉션’

●홀리데이 컬렉션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 김세연의 소설집 ‘홀리데이 컬렉션’이 최근 출간됐다.

표제작인 ‘홀리데이 컬렉션’을 비롯해 입양아를 다룬 ‘미니’, 에로스적 욕망과 결핍을 다룬 ‘작업 중’ 등 7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오늘 아침 내가 밥 대신 빵을, 맨다리 대신 살구색 스타킹을,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택했다면 그건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을 하나의 시스템이 갖추어진 기계 장치로 비유해 보자. 기계는 스스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기계의 입장은 정해져 있다. 버튼이 눌리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것만이 기계의 운명을 좌우한다.”(‘버블머신’ 중에서)

소설은 이 문장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에 묶인 인간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좁은 선택지 사이를 힘겹게 왔다갔다 할 뿐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자로 존재하는 소외된 삶의 군상을 명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는 평론가의 말처럼 소설 곳곳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서글픔이 묻어나 있다. 젊은이들이 소설을 읽는다면 마치 자신 혹은 주변인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동질감을, 장년층이 읽는다면 젊은 세대에게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추천사에서 “소설에는 청년세대의 감각에 포착된 오늘의 팍팍한 현실풍경이 담겨 있다. 농경문화의 기억조차 희미해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삭막한 세태가 사막처럼 펼쳐지며, 그 사막을 건너는 젊은이들의 파편화된 삶이 꿈결처럼 그려진다”고 표현했다.

1989년 대구에서 태어난 저자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강사로 재직하며 작품을 쓰고 있다.

[지역 출판가] 젊은이들의 팍팍한 세상살이…여백과 고요함이 담긴 詩 50여편
사윤수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

“삶이라는 뒤숭숭한 선물과 환한 근심이/ 내내 나를 희롱하며 종용하다가/ 설핏 꿈인지 모를 격정을 뒤로하며 가나니/ 그 예쁜 마로니에 꽃 우듬지에서 홀로 피고 질 때/ 봄날은 기어이 가고야 마는 일/… 모진 것,/ 매화 벚꽃 복사꽃/ 천지간에 그 꽃잎 단 한 장도 남겨놓지 않고/ 다 데불고 갔구나/ 나만 내팽개쳐 두고/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갔구나”(사윤수 ‘봄날은 간다’ 중에서)

청도 출신 사윤수 시인이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이라는 제목의 새 시집을 펴냈다.

총 3부로 나눠진 시집에는 ‘비꽃’ ‘목련’ ‘저녁이라는 옷 한 벌’ ‘인간의 자리’ ‘푸른 그늘을 깁다’ ‘남쪽의 밀롱가’ ‘봄날은 간다’ 등 50여편의 시가 실려 있다.

한 권의 시집 안에서 다양한 시간적·공간적 배경이 펼쳐진다. 세탁기와 같은 일상의 물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거나, 가는 시간이나 슬픔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특히 돋보인다.

해설을 쓴 송재학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여백과 고요의 주름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라며 “협소 지점에서 여백과 고요는 격렬함과 대치하고 광의의 지점으로 나오면 격렬함을 삼킨 여백과 고요가 있다. 시인이 철학을 전공한 약력을 나는 또 무심하게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파온’이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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