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지공거사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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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  발행일 2019-12-05 제31면   |  수정 2019-12-05

어떤 조사에서 여성들에게 ‘다시 살아보고 싶은 연령대’를 물었더니 ‘40대’를 원하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아마도 20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연령대여서 꺼릴 것이고, 30대는 자녀 육아로 고생을 하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자녀가 다 성장하고, 생활이 안정되는 40대’로 돌아가기를 원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남성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나이 50세를 ‘애년’이라고 한다. 약쑥처럼 머리가 허옇게 세는 나이라는 뜻에서 쑥애(艾)자를 쓴다. 쑥은 어릴 때는 파랗고 향기롭지만 나중에 세어지고 쑥대가 나오면서 잎들이 허옇게 변한다. 그래서 인생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50세를 애년이라고 불렀다. 사람 나이 50세는 우리말로 쉰이다. 마흔·쉰·예순·일흔·여든·아흔인데 쉰은 어감이 좋지 않다. 음식이 상한 상태인 쉬었다의 쉰과 비슷하고 발음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다소 껄끄럽다. 그래도 50대는 노년기에 돌입하기 전 단계라는 데 의미가 크다.

사람의 연령대에 따른 호칭은 잘 알려져 있다. 남자 나이 20살 또는 스무살 전후를 약관(弱冠)이라고 했다. 여성의 경우 스무살 안팎의 꽃다운 나이를 방년(芳年)이라고 불렀다. 논어에서는 공자가 연령대별 특성을 전하는 말을 남겼다. 공자는 서른살에 인생관이 선다(三十而立)는 의미로 나이 30을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또한 사십은 불혹(不惑), 오십은 지천명(知天命), 육십은 이순(耳順), 칠십은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 不踰矩)라고 했다. 시인 두보는 ‘예부터 일흔살 먹은 이가 드물다’는 의미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오래전 퇴직한 선배들은 농담조로 “우리는 이제 지공거사로 불린다”고 한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연령대여서 ‘지공거사’라나. 한국의 공공기관 정년은 60세이고, 노인인구 기준은 65세이다. 그래서 65세부터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노인 연령을 70세로 정하면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운임손실(연간 7천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일부 중앙 언론에서 주장한다. 바야흐로 수명 100세 시대,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지공거사들도 늘고 있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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