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발행땐 가치 추락…사용처·회수율 분석 필수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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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07:56  |  수정 2019-12-06 09:46  |  발행일 2019-12-06 제3면
경북 지역사랑상품권 안정 정착 과제는
지자체 예산으로 최대 10% 할인가 판매
화폐 신뢰성 떨어뜨리는 역효과 우려도
환전차익 노린 ‘상품권 깡’도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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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공무원이 한 상가에서 구미사랑상품권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골목경제를 살리는 수단이 되면서 시·군마다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구미시 제공>

2천359억5천만원. 올 한 해 경북 16개 시·군의 지역화폐 발행금액이다.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2017년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포항시가 올 상반기까지 9천억원(판매액 2천300억원 기준)의 경제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 경기도가 경기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해 1천억원이 넘는 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등 지역화폐는 이제 전국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지역화폐는 특정지역에서만 통용이 가능하다. 발행 지역 내에서는 법정화폐처럼 지불·결제 수단으로써 기능과 가치를 갖는다.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상품권을 통해 자금을 순환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 국내에서는 2012년 성남시가 ‘성남누리’라는 이름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해 4년간 영세자영업자 실질소득을 22.3%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효과가 입증됐다.

지역화폐는 대형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자영업자·소상공인·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지역·골목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지역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거나 카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 소상공인 수익 보전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 생산품의 지역내 소비를 통해 물류비용 절감, ‘생산-유통-소비’ 경제기반 구축을 이끌어낸다.

올 한 해 경북 16개 시·군 지역화폐의 누적 판매액은 2천14억여원으로 발행액 대비 85% 수준을 보이고 있다. 환전금액은 1천763억여원(74.7%)으로 집계됐다. 누적판매액이 높은 지자체는 영양·예천·포항·봉화·칠곡 등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지역화폐가 경기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종의 안동대 교수(경영학과)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지역내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지역사랑상품권”이라며 “지역 상품을 지역내에서 소비하는 자체가 지역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시각에서 일본에서는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인구 유입을 이끌어내는 정책과 방향성이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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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가치 하락 우려

지자체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최대 10%까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가 지역화폐를 100만원어치 구매한다고 했을 때 실질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최소 90만원이라는 의미다. 지역화폐 발행의 역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처음부터 법정화폐와 동등한 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화폐로서의 가치·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충북 제천에서는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천사랑상품권’ 고액구매자 200명 중 75명이 매월 1인당 구매 한도액(200만원)만큼 구매해 이를 특정한 음식점·소매점 등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가맹점이 당일 금융기관을 통해 환전한 건수도 74건에 달했다. 이 때문에 구매할인율(6%)을 노린 ‘상품권 깡’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각에서 지역화폐 대신 선불식 체크카드나 제로페이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 교수는 “상대적으로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백화점 상품권은 현금으로 1대 1 교환이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지역화폐를 무분별하게 발행할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지역화폐를 도입하는 부분은 잘못됐다”며 “발행액 외에 실제로 지역화폐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화폐 환전차익을 노리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건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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