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재판·매카시 광풍에 비춰본 2019 대한민국 자화상”

  • 박주희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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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16면   |  수정 2019-12-06
■ 대구시립극단 최주환 감독 인터뷰
내년 임기종료 앞두고 ‘크루서블’연출
3시간으로 줄였지만 길고 난해한 작품
인간성 상실·회복의 화두가 경종 울려
“마녀재판·매카시 광풍에 비춰본 2019 대한민국 자화상”

여기, 세 가지 진실이 있다. 현대 희곡의 거장인 아서 밀러가 직접 겪은 1950년대 매카시즘(미국을 휩쓴 일련의 반공산주의 선풍)의 진실, 그의 대표작 ‘크루서블’의 배경이 된 1692년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실제 있었던 마녀재판의 진실, 그리고 최주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연극 ‘크루서블’을 통해 비추는 2019년 대한민국의 진실. 이 진실들은 시대를 초월해 서로를 관통하고 서로를 떠올리게 한다.

연극 ‘크루서블’은 최주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51)이 임기 중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음 속에 품고 칼을 갈았던 작품을 드디어 7~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 올린다.

최 감독은 “크루서블은 근대 작품이지만 고대의 반열에 들어가는 명작이다. 진중함과 중후함이 있고,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17세기 매사추세츠, 20세기 매카시즘에서 보여준 인간성 상실과 회복이라는 화두가 21세기의 우리에게 진지한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서 밀러의 ‘크루서블’이 17세기 세일럼에서 있었던 마녀재판에 빗대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 광풍을 비판한 ‘거울’이었다면, 최주환표 ‘크루서블’은 이 희곡을 통해 내편·네편, 진보·보수로 갈라져 분열하고 갈등하는 2019년 대한민국의 오늘을 투영해 곱씹어보게 하는 ‘프리즘’이다.

“마녀재판·매카시 광풍에 비춰본 2019 대한민국 자화상”
최주환 대구시립극단 예술감독은 임기 중 꼭 하고 싶었던 작품으로 연극 ‘크루서블’을 꼽았다. 최 감독은 “동시대성을 지닌 명작으로, 현 시대에 우리에게 인간성 상실과 회복이라는 화두를 던진다”고 말했다. 7~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에 오르는 연극 ‘크루서블’.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한밤중 숲에서 혼령을 불러내는 놀이를 하다 들킨 세일럼의 소녀들이 벌 받을 것이 두려워 작은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이 사소한 거짓말이 사람들의 욕망과 탐욕, 사회구조와 얽히면서 집단적 광기로 인해 개인이 통제되고 진실이 왜곡되는 도가니 같은 비극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강요된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택하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 존엄에 대한 경의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음에 둔 작품을 한창 연습 중이지만 최 감독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공연 시간이 긴 데다,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인 까닭이다.

최 감독은 “작품 리딩 시간만 3시간30분이다. 공연시간을 3시간 정도로 줄이긴 했지만 그래도 길고 작품도 난해한 게 사실”이라면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고 관람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공연 15분 전에 번역을 맡은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이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작품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이 설명을 듣고 관람하면 작품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추천했다.

7일 공연이 끝난 뒤엔 약 15분간 연출과 주요 배우들이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작품 특성상 연기력이 뛰어난 노역이 많이 필요해 홍문종·채치민·이송희 세 명의 역대 대구시립극단 훈련장을 섭외해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 감독은 “이 작품의 백미는 10대 소녀 몇명에 놀아나는 군중의 우매함을 비꼰 것이다. 욕심에 눈 먼 농간, 비겁한 침묵, 여론몰이 등 현시대에 고민하고 숙고해야 할 과제를 많이 던져주고, ‘진실은 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면서 “이 공연을 통해 세상의 변화에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은 생각”이라면서 강조했다. (053)606-6323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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