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불공정사회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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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23면   |  수정 2019-12-06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성적표가 최근 발표되면서 최상위권 성적을 낸 학생들의 일화가 신문에 보도돼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문제집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좌우명을 새기며 전 과목 만점을 받은 김해외고 송영준군의 기사는 많은 감동을 주었다. 송군이야말로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표현의 전형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흐뭇했다. 청소년들에게는 가난한 집에서도 자기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꿈같은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최근 정부가 불합리한 대입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시전형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 수시전형은 ‘금수저 전형’이라고 불리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통계를 봐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SKY대학) 재학생의 70%가 비싼 사교육 혜택을 누린 상류층 자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학생은 10%를 겨우 넘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난 조사이긴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에 발표한 ‘직업 및 소득 계층의 세대 간 이전에 관한 연구’를 보면, 아버지가 ‘1군 직업’(입법공무원, 고위임직원, 전문직)을 가졌는데 자녀가 ‘3군 직업’(서비스 종사자, 판매종사자, 단순노무종사자)’을 가지게 되는 비율은 13.0%였다. 자녀도 1군 직업에 머무르는 비율은 32.3%였다. 3군 직업의 아버지를 둔 자녀가 1군 직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16.6%에 그쳤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계층 이동의 여지는 바늘구멍처럼 더 좁아질 것이다.

지난 4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천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현 사회에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통용되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74.0%가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실제로 사회의 불공정성을 겪었다는 응답도 74.2%에 이르렀다. 불공정성 경험은 남성의 경우 경제적인 부분(임금 차이), 직장 관련(취업, 승진), 학업 관련(진학, 성적) 순으로 여성은 직장관련, 경제적인 부분, 학업관련 순으로 나타났다.

부자 부모를 만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된 이 사회에서 청년 74%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불신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 지수가 위험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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