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화산(華山·해발 828m) 군위군·영천시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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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37면   |  수정 2020-09-08
바람개비 하나만 꽂아도 쉼 없이 돌고 돌 사방 탁트인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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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에서 영천으로 이어지는 화산 정상부에 위치한 전망대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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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35년 외침을 막기 위해 병마절도사 윤숙이 감독을 해 공사를 하다가 극심한 흉년으로 중단된 화산산성의 아치형 성문.

유년기를 보낸 고향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고 있어 눈만 뜨면 매일 보는 것이 산뿐이었다. 그것도 팔공산과 조림산, 화산이 바라보인다는 삼산이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산들의 공통점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여서 심심찮게 수류탄이나 포탄 같은 잔해를 만날 수 있었다. 조금만 땅을 파면 포탄을 쏘고 남은 장약이 무더기로 나오기도 했고, 그것으로 장난감을 만들거나 쥐불놀이를 하는 등 놀이기구로 쓰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등산로를 개척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만, 마을 어른들은 위험천만인 그 산에 들어가 노는 것을 금기시하기도 했다. 낙동강을 넘은 북한군은 대구의 길목인 다부동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수세에 몰리자 의성, 군위를 지나 영천을 통해 대구로 들어오는 우회 길을 택했고, 맹공을 퍼부은 국군에 의해 3천500명이 넘는 적을 물리친 유명한 영천전투의 주 무대인 곳이 바로 화산이다. 이번에는 척박했던 황무지 땅을 개간하고 터를 일군 화산마을, 화산 일대를 둘러보기로 한다. 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몇 곳이 나있으나 개척 산행 수준의 희미한 길이고, 접근성이 떨어져 화산마을 입구까지 차로 오른 뒤 주변을 돌아보는 방법을 택했다.

북한군에 맹공 퍼부은 영천전투 무대
언덕 아래 군위댐·선암산·보현산 조망
빨간지붕풍차에서 보는 풍력발전단지
왜구 침략 막으려 성벽 쌓은 화산산성
6·25 격전지에서 가르치는 전술 훈련장
마을 방향 내려오며 보는 팔공산 일품


고로교차로에서 만나는 ‘화산산성 7㎞’ 안내판을 따라 포장길로 오르다보면 약 6㎞지점에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 화산산성 1.2㎞, 오른쪽으로 화산유격장 2.5㎞ 이정표 삼거리다. 주변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왼쪽 화산산성을 돌아 유격장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를 계획하고 화산산성으로 향한다. 5분정도 포장길을 걸으면 체육시설과 팔각정이 있는 그루터기 주차장이 있고 길은 마을 앞을 지난다. 완만한 내리막을 내려서면 왼쪽 주택 옆에 ‘화산전망대(풍차)’라고 적힌 이정표 하나가 서 있다. 언덕까지는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데 발아래는 인각사 뒤로 군위댐, 선암산, 비봉산, 보현산과 기룡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와 빨간지붕의 풍차가 세워져 있다.

풍차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보면 화산 주능선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구조물이 줄 지어 있다. 근래 건설 중인 풍력발전단지의 모습이다. 저길 가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마을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선을 그어 보지만 정확한 길은 보이질 않는다.

전망대에서 되돌아 나와 다시 마을 앞을 지나 300m쯤 걸으니 승용차 5~6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고 그 끝에 ‘화산산성 300m’ 이정표가 있다. 작은 계곡을 건너 상류로 오르니 팔각정과 쉼터가 있고 계곡 쪽에는 수구문, 오솔길을 따르면 화산산성에 이르게 된다. 화산산성 북문은 조선 숙종 35년에 외침을 막기 위해 병마절도사 윤숙이 감독을 해 공사를 하다가 극심한 흉년으로 중단된 것이다. 현재에도 아치형 성문과 수구문이 축성하다 중단된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성문을 지나면 ‘육군 3사관학교 유격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고, 경운기가 지날 만큼 넓은 길이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완만하고 편한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유격장 입구가 나온다. 화산은 멀리서는 민둥산으로 보이지만 북쪽인 화산산성과 유격장 일대는 바위절벽이 많고 협곡을 이루고 있다. 왜구를 막기 위한 성벽을 쌓아올렸고, 6·25전쟁 격전지였던 자리에 전술을 가르치는 훈련장을 세웠다. 화산 정상부의 분지 같은 독특한 지형으로 여전히 군사훈련 요충지로 쓰이고 있다.

유격장 입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찾다가 건너 풍차가 있는 전망대에서 보았던 풍력발전단지로 바로 가보기로 한다.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나오면 차량 차단막이 막고 있다. 화산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오르면 유격장 입구로 들어오는 차량을 막기 위한 시설이다. 차단막을 지나면 곧바로 풍력발전단지로 오르는 찻길이 나 있다.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차량 두 대가 교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길이다. 입구에 올라서니 좌우로 거대한 발전기가 한기씩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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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찻길은 산허리를 따라 정상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중간 중간 발전기가 세워져있고, 부대시설공사가 한창이다. 약 1㎞쯤 비포장 길을 따라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에도 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남쪽으로 팔공산에서 이어진 실금은 금오산까지 쭉 이어지며 겹겹이 포개진 산들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곳이다. 왼쪽 능선으로 올라 5분 정도만 오르면 화산 정상인데, 삼각점과 삼각점 안내판만 있을 뿐 사방이 수풀에 가려 조망은 없다.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나와 화산마을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정면 왼쪽으로 팔공산을 바라보면서 걷게 되는 길이라 조망만큼은 일등이다.

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주변에서 각광받는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화북4리 마을회관을 지나 삼거리에 닿으면 폐교된 화산분교를 지나 처음 올랐던 삼거리 길로 내려가게 되고, 마주보이는 봉우리로 연결되는 포장길을 만날 수 있다. 민둥한 봉우리를 돌아 올라서면 막 수확한 배추며 고랭지 채소밭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수리 통신시설 주변에 올라서면 화산 정상과는 다르게 사방이 탁 트여 시선을 두는 곳마다 그림이다. 막힘이 없으니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아니라 바람개비 하나만 꽂아도 쉼 없이 돌고 돌 장소다. 마주한 조림산 사이를 지나는 28번국도 갑령을 넘어야 영천 땅에 들어서는데, 저 위치쯤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눈으로 점쳐보고 전술 도감을 그려본다. 유년기에 구슬치기, 숨바꼭질 같은 놀이보다는 무기라고 해봐야 나무막대기 하나가 다인데 주로 칼싸움이나 총싸움 같은 놀이를 즐겨했고, 은폐 장소라 해봐야 노적가리나 논두렁 같은 것이 전부였지만 토끼몰이처럼 나름의 전술도 필요했다.

영천전투 역시 퇴로를 차단하고 기습공격으로 대승을 거둔 전투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마을로 다시 내려오면서 화산마을 일대를 내려다보니 농로와 임도가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샛길과 찻길을 지나며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까운 산행을 마치고 삼거리에 닿으니 아직 해ㄴ가 중천에 떠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화산 그루터기 주차장-(15분)-화산전망대(풍차)-(20분)-화산산성-(10분)-유격장 입구-(20분)-풍력발전단지 입구-(15분)-정상-(25분)-풍력발전단지 입구-(10분)-화북4리 마을회관-(25분)-고랭지 채소밭 전망대-(20분)-주차장.

화산은 순수 산행이라기보다 트레킹으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코스다. 화산마을 일대를 돌아보는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고, 화산마을 일대에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면서 임도처럼 넓은 길이 생겨 이 길을 따르면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곳곳에 조망이 좋은 곳이 많다.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약 6㎞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대구포항간고속도로 와촌 청통IC에서 내려 신녕방향 919번 지방도를 따른다. 신녕면소재지에서 28번 국도를 따라 고로교차로에 내리면 바로 오른쪽에 화산산성 이정표가 있다. 의성 쪽에서는 28번국도 화수삼거리에서 영천 방향으로 약 500m만 가면 고로교차로가 나온다.

☞ 내비게이션: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1270-1(화산그루터기 주차장)

[최원식의 산] 화산(華山·해발 828m) 군위군·영천시
화산 풍력발전단지에서 바라보는 풍경. 마주한 팔공산에서 멀리 금오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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