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Ⅳ-미국을 가다 .4]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 존 허드 사회·행동과학대학 학장 인터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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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  발행일 2019-12-10 제6면   |  수정 2019-12-10
“학교 지출 20% 주 정부 지원…채용·연구주제 간섭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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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는 매사추세츠주 서부 파이오니어밸리 애머스트에 위치하고 있으며, 566만5천여㎡의 방대한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 도서관에서 내려다본 캠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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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존 허드 사회·행동과학대학 학장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존 허드(John A. Hird) 매사추세츠대(University of Massachusetts·UMass) 사회·행동과학대학 학장(Dean of College of 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을 만나 매사추세츠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인터뷰했다. 정치학 및 공공정책학 학자인 존 허드 교수는 5년간 정치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과개편에 적극 나섰다. 글로벌화된 세력의 성장, 거버넌스와 기구(기관), 민주주의와 참여 그리고 시민권 등 현대정치 변화에 맞추어 학과 커리큘럼을 개선하고, 학부연구 프로그램 개설, 법학과와 통합, 혁신적인 교수 채용 등을 주도했다. 존 허드 교수는 또 사회 및 행동과학대학 학장으로 있으면서 새로운 교수혁신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대학 내 교육 혁신을 위한 전략 조직인 태스크포스의 합동(통합) 위원회 의장을 맡아 대학 전체 커리큘럼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존 허드 학장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고, 2년 전에는 그의 저서 ‘세계화 논쟁(Controversies in Globalization)’이 한국어판으로 번역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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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그의 저서 ‘세계화 논쟁’.

“주지사가 대학이사회 뽑는 방식
학과 폐지되면 교수는 부서이동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 활발
미국 수많은 사립대 재정 문제
학비 의존도 높아 운용에 취약”


▶이번 미국대학 취재에서 매사추세츠대를 택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국립대와 비교를 해볼까 하는 의미도 있다. 학교운영은 어떻게 하는가.

“주립대학이기 때문에, 학교 지출의 20% 정도를 주 정부(Commonwealth of Massachusetts)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나머지 재정은 학비, 연구 지원비, 기숙사비, 학식비, 기타 요금 등 대학의 사적인 여러 수입들로 충당되고 있다.”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주립대이다 보니, 주 정부에서 어떠한 간섭이라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주 정부와 주립대의 관계는 어떠한가.

“주립대는 주 정부의 특정한 규정을 따르게 되어 있다. 올린공대나 MIT 같은 사립대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UMass에는 교직원 조합도 존재한다. 물품 구입부터 인사 채용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거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대학이사회는 주지사에 의해 발탁되고 주지사의 지시를 수행한다.”

▶한국은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대신에 대학의 자율권이 침해받는 부분이 많다. 매사추세츠대는 주정부 지원금이 20%를 약간 상회한다고 말해 상당히 놀라워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주지사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지사가 선임한 이사회가 대학을 주관하기 때문에 주 정부와 직접적으로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대학의 자율 경영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를 채용하고, 연구 주제나 커리큘럼 자체에 대한 간섭은 거의 받지 않는다. 학교가 새로운 전공 학과를 개설하고자 하면 그때는 이사회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도 주 정부로부터 직접 승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나 주 정부에서 학과 개설 추천이나 권고를 하는 경우는 없다.”

▶잦은 일은 아니겠지만, 기존 학과가 없어질 경우 교수들의 처우는 어떻게 되나.

“좋은 질문이다. 사실, 학과가 바뀌는 것은 때때로 일어나는 일이다. 종신재직권을 가진 교수들은 이론적으로는 학과 안에서 효력을 가지는 종신재직권을 잃게 되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지는 않는다. 거의 대부분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

▶최근 5년 동안 신설되거나 폐지된 학과가 있는가.

“폐지된 것은 아는 바가 없지만 신설된 전공으로는 생명공학과 공공정책학이 있다. 관리경제학도 있다. 공공정책학·관리경제학 모두 저희 대학(College of 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에 소속되어 있다. 관리경제학은 경영학에 경제학이 접목된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학과 신설 계획은 학교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마지막 승인만 주 정부가 발탁한 이사회에서 받는 형식이다.”

▶컴퓨터과학과(Computer Science)가 강세라고 했는데, 인공지능 연구도 포함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 그런데 꼭 컴퓨터사이언스과만이 아니라 사회과학과에서도 인공지능 연구에 참여한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을 탐구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학 내의 여러 과들이 합동해서 연구를 한다. 주로 미래의 노동자와 그들의 직업이 어떻게 인공지능의 발전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 연구한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UMass Amherst)는 컴퓨터과학과 사회과학에 모두 강한 대학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야를 접목한 융합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회과학뿐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적인 분야도 물론 함께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 개혁면에 있어서는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 개발에 대해 인식하도록 강조한다.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어떠한 분야의 기술이라도, 소비자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인 반향이 긍정적인 것이 되도록 하고자 노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것을 컴퓨터과학과 학생들이 이해하고, 사회과학쪽 학생들 또한 기술 개발이 어떻게 도래할 것인지 인식하고 사회가 그에 어떻게 적응해갈 것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생들이 공부하거나 연구할 때 다른 분야의 영향이 자신들의 분야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항상 고민하는 것이다.”

▶AI 연구 외에 다른 주력 연구 프로그램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연구 프로그램은 질문받은 교수에 따라 대답이 다를 수 있다. 일단 매사추세츠대에서는 그 해에 특정 주제를 선정해서 연구에 주력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의 대학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상부에서 전달되어 내려오는 식의 연구 ‘테마’가 존재한다면,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미국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같은 재단에서 연구 프로젝트에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경제학, 사회학, 화학 등에 지정된 연구 테마가 있을 수 있다. 인공지능도 물론 그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UMass Amherst에서는 연구 주제가 어떻게 정해지는가.

“교수들의 흥미 사항 자체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나머지는 해당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단체에 달려 있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 그러한 단체들은 아까도 말씀드린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료분야 연구재단), 연방 정부의 부처들(에너지부, 국방부, 교통부 등)이 있다. 연구비를 쥐고 있는 당사자들인지라 연구의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이 단체들이다. 그 우선 순위에 연구자들의 관심사가 맞아떨어지면 연구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 주제에 초점을 맞춰봅시다’ 하는 식으로 주제를 정하지는 않고,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교수(들)와 그에 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단체의 조합에 의해 결정이 된다고 보면 된다.”

▶Umass Amherst는 최근 매우 혁신에 적극적이다. 4차산업혁명의 급격한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대학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학교 내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 그로 인해 기존의 교육과 앞으로의 교육이 달라질 점에 대해서 대학 내에서 어떠한 담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물론 아주 많은 대화들이 학부 간에 오가고 있다. 앞서 말했던 학과 간 융합 연구도 그러한 대화의 예 중 하나다. 작년에는 미래에 관한 강연 시리즈를 열어 많은 분들을 초빙했다. 미래의 직업이나 전반적인 경제에 대해 인공지능이 끼칠 영향들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8~10명의 강연자들이 강연을 했다. 그러한 미래에 대해 학생들을 어떻게 대비시킬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문제는 무엇이 일어날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감지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성질의 것일지 알지 못하고 있다. 50년 뒤는 말할 것도 없이, 10년 뒤에 어떤 변화의 지점에 우리가 서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변화에 대비해 미리 학생들을 준비한다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기술 발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팀을 이루어 작업하고, 타인과 효율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떠한 변화가 찾아오든 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학교 혁신이 사회 변화의 흐름과 사회의 필요를 따라가지 못해 혁신에 대해 좀 부정적인 기득권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인데, 학장이 보기에 미국 대학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일단 미국에는 수많은 대학과 전문학교들이 존재한다. 이 중 많은 수의 학교들이 총 학생 수가 수천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립대학교들인데, 학교 자체에서 보유한 자산, 즉 기본기금(endowments)이 적어 학생들이 내는 학비에 의존도가 높아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한 편이다. 기본기금(적립금)이 많을수록 장학금을 많이 준다든지, 재정운용에 여유가 많아진다. 400억달러를 보유한 하버드대가 그 단적인 예이다. 학교의 명성이 높지 않고 기본기금이 적으면 폐교의 위험이 높아진다. 학교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문제는 이렇게 문을 닫는 학교가 생기면 그곳에 다니던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이 산재해 있는 것이 미국 대학교육의 현 주소다. 10~20년 뒤에 없어진 학교들이 많이 생겨도 여전히 많은 학교들이 존재하겠지만….”

미국 메사츠세추에서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미국 연례 대학 보고서 52→30→24위…2012년부터 가동 혁신 프로젝트 성과


매사추세츠대(University of Massachusetts·약칭 UMass) 애머스트(Amherst)캠퍼스는 5개의 캠퍼스를 가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주립 종합대학의 메인(Flagship)캠퍼스다. 나머지는 4개 캠퍼스는 매사추세츠대 보스턴, 매사추세츠대 로웰, 매사추세츠대 다트머스, 독립된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이다. 애머스트캠퍼스는 2012년부터 대대적인 학교 혁신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주정부의 지원 감소, 주변 우수학생들의 학교지원율 하락, 연구경쟁력 약화, 미국 내 인구분포 변화(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2012년에 다단계 전략 계획 프로세스에 착수해 교직원·학생·직원·관리자로 구성된 합동태스크포스(JTFSO)를 통해 혁신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주된 목표는 학교 경쟁력 향상, 자원의 합리적 배분, 중점연구 과제 개발 등 연구력 향상, 우수학생 및 교수진 유치 등이다. 이를 위해 학교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고 새로운 연구소 설립, 학과 통폐합 및 신설, 건물 재정비 등 대대적인 혁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미국 공립대 톱 20위 안에 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1단계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UMass 애머스트 캠퍼스는 2단계인 2018~2023년 캠퍼스 전략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혁신 프로그램이 성과를 보이면서 UMass 애머스트는 미국 최고의 공립 대학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스&월드 리포트의 2020연례 대학 보고서에서 미국 700개 이상의 공립 4년제 단과대학 및 종합 대학 가운데 24위를 차지했다. 2010년 52위에 오른 이래, 30위에서 24위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상위 공립 연구중심대학 중 하나다. 온라인 MBA 프로그램은 미국 및 세계에서 3위를 차지했다. 2017회계연도 연구 지출은 총 2억9천190만달러였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대학 가운데 UMass Amherst는 국립과학재단의 연구 보조금 지원순위에서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면서 2019 회계 연도 연구비 수주총액이 그 전 해보다 21% 증가해 대학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총 연구비 수주 총액은 무려 42% 증가했다.

매사추세츠대 전신인 매사추세츠농업대학(MAC)은 1863년 모릴법(Morrill Land-Grant Colleges Act)에 따라 설립됐다. 1897년에 첫 신입생을 받았다. 1931년 매사추세츠주립대로 확대되었다. 2018년 가을 기준으로 학부생 2만3천515명, 대학원생 7천78명 등 총 학생이 3만593명이다. 2018~2019학년도 등록금은 매사추세츠 주민은 수업료 1만5천887달러, 주택·학식비 1만2천626달러이며, 주 지역 외 학생은 수업료 3만4천570달러다. 주택·학식비는 1만2천626달러이다. 학식수준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 대학 가운데 단연 최고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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