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를 사는 사람들] “늦둥이 보는 마음으로 애틋하게” 70대부부 공동작품집 출간

  • 천윤자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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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1   |  발행일 2019-12-11 제13면   |  수정 2019-12-11
교사 출신 김학부·정희자씨
삶에 대한 성찰 담아 책 펴내
표지그림도 부부가 함께그려
[100세시대를 사는 사람들] “늦둥이 보는 마음으로 애틋하게” 70대부부 공동작품집 출간
최근 부부 작품집 ‘감잎차와 가을이야기’(작은 사진)를 출간한 김학부·정희자씨 부부.

“늙은이들의 출산이라 걱정입니다. 혹여 못생긴 아이라도 너무 흉보지 마시고 다독여 주세요.”

일흔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해 최근 부부작품집 ‘감잎차와 가을이야기’를 출간한 청도 각북면 김학부(77)·정희자씨(76) 부부는 늦둥이 자식을 낳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 보라색 바탕에 찻잔 두 개가 그려진 표지그림도 부부가 함께 그렸다.

앞부분 100여쪽은 아내 정씨의 글이, 뒷부분은 남편 김씨의 글이 비슷한 분량으로 실려 있다. 부부교사였던 이들이 청도로 귀농해 감 농사를 짓고 된장을 담그고 감잎차를 만들며 함께 쓴 글이다. 그래서 비슷한 소재가 많지만 닮은 듯 다르다.

“당신 글은 다림질하지 않은 옷같이 쭈글쭈글하네요.” “당신 글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군요.” 부부는 서로의 글을 이렇게 평하면서도 ‘50여년 한 집에서 살아온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 속에도 부부의 애틋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정씨는 “오래 되어 실밥이 뜯긴 낡은 지갑을 버리지 못하고 애지중지하는 남편이 나이 든 나를 생각하는 마음 같다”고 쓰고 있다.

아내의 흰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주며 ‘호박에 줄을 긋고 있다’는 남편 김씨는 마지막에는 ‘아내는 단호박’이라고 말한다.

정씨의 글 ‘감잎차’는 남편과 함께 감잎차를 우려 마시며 깊은 맛에 잠겨 만드는 과정을 생각하고 쓴 글이다. 그늘에서 말리고 푸른 기운을 죽이는 과정을 통해 어릴적 어머니의 성질 죽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한 글이다.

김씨의 글 ‘감잎차 덖기’에서도 ‘뻣뻣한 감잎은 내 성격을 닮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글의 서술 방식은 다르다.

부부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대구교대 ‘수필과지성’ 아카데미에 다니면서다. 아내가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해 운전기사로 따라나선 남편이 함께 배우다 2013년 계간 ‘문장’을 통해 등단했다. 부부의 노력은 거기서 거치지 않고 ‘창작에세이’를 통해 다시 등단했다.

이관희 문학평론가는 “젊은 날 문학에 입문한 사람들이 아니라 문장에 서툰 부분이 있다. 매끈하게 기름 친 문장이 아닌 ‘사람이 글이 된 문학’”이라고 평했다.

이어 “부부 공동 작품집이라 같은 소재가 여럿 있다. 샘물을 들여다보면 두세 개의 물줄기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소재에서 나오는 두 물줄기를 통해 창조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문학 공부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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