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Ⅳ-미국을 가다 .5] 브루스 타이도르 MIT 교수 인터뷰<상>

  • 박종문
  • |
  • 입력 2019-12-12   |  발행일 2019-12-12 제6면   |  수정 2019-12-12
“졸업생들 스타트업 경제적 가치, 세계 10∼11위 국가 GDP 능가”
20191212
MIT는 전 세계 공과대학 가운데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용성에 중점을 둔 교육과 늘 혁신에 앞장서는 것이 대학 경쟁력을 강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MIT의 상징인 공과대학 원형 건물.
20191212
브루스 타이도르 MIT 생물공학과 및 컴퓨터사이언스과 교수

브루스 타이도르 박사는 MIT 생물공학과 및 컴퓨터사이언스과 교수로 하버드대학에서 화학 및 물리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영국 마샬 장학생(UK as a Marshall Scholar)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과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생물물리학(Biophysics) 박사 과정을 위해 모교인 하버드대로 돌아 왔다. 브루스 타이도르 교수는 기본 생물 의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전념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영리 연구소로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Whitehead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에서 4년간 화이트헤드 펠로로 있었다. 1994년 화학 조교수로 MIT에 합류하여 2001년 생물 공학 및 컴퓨터 과학 부교수, 2005년 생물 공학 및 컴퓨터 과학 교수가 되었다. 브루스 타이도르 교수를 만나 MIT의 경쟁력과 대학 공학교육의 미래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 문제 해결 능력서 돋보여
배관공 아이디어에 도움 받기도
기업가정신 배양 스타트업 권장
제품제작·경연대회 등 각종 지원
많은 학생 영상 통한 수업 선호”


▶이번 미국대학 취재 주제가 대학 혁신에 관한 것이다. 우선 MIT의 혁신에 대해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저는 30여년 전(1994년) MIT 교수로서 처음 왔다. 학교의 명성이야 익히 알려진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왔을 때 굉장히 놀라운 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언가 확실히 다른 곳이었다. 일단 MIT는 첫번째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강력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그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가를 짚어내는 데에 있다. 그 문제에 대해 수업에서 가르치기도 하지만, 연구 역시 진행한다. 대체에너지, 의학, 작물생산, 컴퓨터 및 미디어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진행된다. 전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암 완치라는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MIT에서는 그 문제의 여러 관련된 주제들을 골라내고, 그 해법에 적합한 접근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것들이 실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 즉 실용적인 해결방안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단지 논문저널에 실릴 연구결과를 넘어, 세상에 영향력과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를 강구한다. 지금이야 이런 기조가 MIT에서 주류이지만, 30여년 전에는 MIT 교수와 연구진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랬다는 점이 더 놀랍다. 교수들의 명성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학생들 또는 심지어 교내 배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현실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골몰했다. 교내 주간 신문에 학교에서 연구하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의 해결에 배관직원과 그의 아이디어가 교수진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못지않게 큰 기여를 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MIT에서는 학생이나 교수들을 위해 기업가 정신 혹은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업을 권장하고 있는가.

“그렇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한 부서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서에서 여러 방면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떤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을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그중 첫 번째 예는 전기공학부와 컴퓨터과학부에서 발족한 ‘StartMIT’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매년 1월, 가을과 봄 학기 사이에 시작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부 경력 초기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혁신, 기업가정신 등에 대한 개론을 제공한다. 주로 학장과 같은 MIT 최고위 리더들이 주관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내외의 유명 대기업 기업가들의 초청 강연을 주최하고, 한 주에 걸쳐서 혁신과 스타트업의 여러 방면에 대해 소개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MIT 신입생 중에는 입학 전에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이름뿐이지만 회사를 차린 경우도 많다. 그렇게 이미 창업을 시작했거나 독자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 제품 제조시설(공간 및 설비)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프로토타입 제작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 제조 과정을 통해 무엇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못한지를 파악하여 시제품을 완성하고 나면 투자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리적 장비와 안전 훈련 및 장비들의 사용 자격 인증 등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지원하고 있다. 단계별로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세 번째는 ‘고든 (Gordon) 엔지니어링 리더십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다학년에 걸친 장기 교육과정이다. 전공에 구애되지 않는다. 리더십, 혁신, 스타트업에 관한 정규 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지만, 여러 해에 걸쳐 받는 수업에서는 특히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볼 시간이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100K (10만달러) 경연대회’라고 불리는 것인데 1등상의 상금이 10만달러인, 이른바 사업 아이디어 경연대회다. 상금이라기보단 1등팀에게 주어지는 투자금의 개념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로 학생들 주도로 운영된다. 특히 준결승이나 결승까지 진출하는 팀에게는 사업 계획 및 제안과 아이디어를 다듬을 멘토링과 지원이 아주 많이 이루어지게 된다. MIT 캠퍼스보다 훨씬 큰 범위인 보스턴 지역의 네트워크와 교류할 기회도 주어진다. 이 네 가지가 학생들이 혁신에 대해 배우고 졸업 후 스타트업 창업에 대비할 기회를 얻는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제가 알기로 미국에서 MIT가 학생들의 창업이 가장 활발하고, MIT 출신 졸업생의 창업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전 세계 10위권 국가의 GDP(국내총생산)와 맞먹는다고 들었다.

“전 세계 대학 중 사실 저희(MIT)가 1위다(웃음). 저희 졸업생들이 이룬 스타트업에서 창출된 경제적 가치는 전 세계에서 GDP가 10~11위 국가를 능가한다.”

▶MIT 학생의 스타트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비결이 학생과 교수진이 실용적인 기술을 추구하는 데다 도전정신을 접목하고, 기업가 정신 교육이나 재정지원 등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리자면 그렇지만, 제 생각에 그건 아무도 모를 것 같다. 그저 학생들을 돕기 위해 저희가 하는 모든 것에 믿음을 가질 뿐이다.”(웃음)

▶MIT가 스타트업 못지않게 교육 과정 개발에서도 세계 대학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학교들과 차별화된 MIT 교육 과정의 장점 혹은 강점은 어떤 것인가. 교육 과정 혁신을 시기적절하게 잘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MIT는 다른 많은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새로운 기회와 방법을 많이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가지 예로 신기술 분야에서 제가 본 이(장)점의 일부는, 학생들마다 학문에 접근하는 학습 스타일과, 그 지식을 습득할 때까지 거듭해서 접하는 횟수도 다양하여 그 선택지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가 가르치는 모든 수업은 자동으로 영상녹화가 되어 인터넷에 올라간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 대부분은 수업에 실제로 참여하기보다 자신들만의 속도에 자유자재로 맞춰 수업 영상으로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빠르게 보다가, 어려운 부분에서 잠시 멈춰 개념을 생각해보며 소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가 다시 빠르게 돌려서 수강한다. 자신들의 이해 리듬에 맞춰서 수업을 듣는 것이다. 또 어떤 학생들은 사람 수가 줄어든 실제 수업에 오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 임의로 멈추고 재생하는 것보다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닿는 방법의 범위가 넓어져서 좋은 것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하고 자신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MIT 대학은?   
영국 QS 등 각종 세계 대학평가 1위…美 산업화에 맞춘 교육기관 필요로 설립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매사추세츠공과대)는 전 세계 공과대학 가운데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대학 평가에서도 상위에 랭크돼 있다. MIT는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 발표 2020년 세계 1위, The Times의 THE(Time Higher Education) 2020년 랭킹에서 세계 경제 및 비즈니스분야 1위(2년 연속)·사회과학분야 1위, 미국의 US News & World Reports의 2020년 랭킹 미국내 3위 등 최정상급에 있다. 2019년 11월 현재 노벨상 수상자가 96명에 이르고 국립 과학 메달 수상자 59명, 국가 기술 혁신상 수상자 29명, 맥아더 펠로 77명, 튜링상(AM Turing Award·컴퓨팅 기계 협회(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서 컴퓨터 과학 분야에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매년 시상하는 상으로 컴퓨터과학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수상자 15명 등 세계적인 고등교육기관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MIT는 지질학자인 윌리엄 로저스가 점점 더 산업화되고 있는 미국의 현실에서 새로운 종류의 독립적인 고등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라 1861년 설립됐다. 로저스는 실용적이고 실행 가능한 것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과 연구를 결합하고 실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전문적인 능력이 가장 잘 길러진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 그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척했다. 오늘날 MIT 공식모토인 마음과 손(mind and hand-라틴어 mens et manus)의 탄생 배경이다. 학문적 지식과 실용적인 목적의 융합이 MIT의 강점이다.

이런 장점이 극대화된 MIT에서는 지난 150년간 기념비적인 연구성과를 일구어냈다. 실용적인 전자레인지 레이더 엔지니어링 개발, 디지털 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자기 코어 메모리 구축,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을 위한 관성 유도 시스템 개발, 세계 최초의 생의학 보철 장치 개발, 최초의 독립형 홀로그램 제작, 바다에서 가장 작고 풍부한 광합성 박테리아 발견 등이 20세기까지의 성과다. 21세기 들어서도 최초의 곡예 로봇 조류(산악 및 도시 전투에서 군용으로 사용되는 작고 민첩한 헬리콥터) 제작, 고대 언어를 자동으로 해독하는 컴퓨터 기술 설계, 최대 60피트 거리의 벽을 통해 볼 수 있는 새로운 레이더 기술 시스템 구축, 양자 스핀 액체라고 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자기 상태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입증, 에볼라 및 기타 바이러스성 출혈열을 신속하게 진단하기 위한 새로운 종이 스트립 진단 테스트 설계, 미래의 붕대 설계(온도 센서, LED 조명 및 기타 전자 장치를 포함할 수 있는 끈적끈적하고 신축성있는 젤 같은 물질과 피부 변화에 반응하여 약물을 방출할 수 있는 작은 약물 전달 저장소 및 채널 약이 부족한 경우 온도를 낮추고 점등되도록 설계), 지구에 도달하는 중력파를 최초로 직접 감지, 신속하고 저렴한 고감도 진단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DNA가 아닌 RNA를 표적으로 하는 ‘CRISPR’ 단백질 채택 등 전 연구분야에 걸쳐 선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사립대학인 MIT는 학부생 4천602명, 대학원생 6천972명 등 학생이 1만1천574명이며 교수는 1천56명이다. 학부생 대 교수의 비율은 3대 1이다. 2018~2019 신입생 모집에서는 2만1천706명 지원에 1천464명이 합격(합격률 6.7%)했다. 외국유학생은 학부생 506명, 대학원생 2천905명, 교환·방문학생은 678명이다. 2018~2019학년도 학부생 수업료는 5만1천832달러이지만 2017~2018학년도 학생 1인당 평균 MIT장학금은 5만1천752달러로 사실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비감면(약 30%)이나 장학금(59%)을 받고 있다.

MIT신입생은 첫 학기는 A~F와 같은 학점이 부여되지 않고 합격/불합격(비기록)으로 성적이 매겨진다. 본격적인 전공을 시작하기 전에 포괄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수학·물리·자연·사회과학·인문·예술 등 다방면의 풍부한 지식을 얻도록 1학년 프로그램이 설계돼 있다. 1학년 학생들은 ‘Concourse Program’ ‘Experimental Study Group’ ‘Media Arts and Sciences First-Year Program’ 또는 ‘Terrascope’와 같은 학습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 2018년 졸업생의 50% 이상이 MIT에서 국제 경험(교육 및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매년 MIT 학부생의 약 60%는 학부 연구 기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졸업 때까지는 90%가 참여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