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손가락 절단 사고

  • 노인호
  • |
  • 입력 2019-12-17 08:21  |  수정 2019-12-17 08:26  |  발행일 2019-12-17 제20면
“절단 부위 보관한다고 얼리면 조직 접합 어려워져”
절단부위 흐르는 물에 씻어 깨끗한 천으로 감싸고
방수 비닐봉지에 넣은 후 얼음 봉지에 다시 담아야
잘 보관된 상태서 12시간내 접합 수술땐 기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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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병원 천호준 교수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면 환자들은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빨리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단된 부위를 잘 보관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손가락의 경우 최대 72시간 만에 접합 수술을 성공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국내 최초로 팔 이식에 성공한 W병원 관계자는 “절단 사고의 경우 접합에 필요한 골든 타임을 지키는 것만큼 접합이 가능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절단사고 이후 접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단부위 보관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부위마다 접합 가능시간 달라

16일 W병원에 따르면, 신체 절단 사고의 80%는 손가락 절단이다. 수지접합은 절단된 손가락의 여러 가지 복합 조직을 봉합하는 수술로 손상된 신경과 혈관, 힘줄, 근육 등을 이어 절단된 수지의 원래 모양과 기능을 찾아 주는 고난도 수술이다. 그 해부와 생리가 복잡하고 매우 작아 미세현미경으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수술로 의료진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사고 직후 빠른 시간 내에 접합수술을 해야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절단된 부분의 보관이 잘 된 상태라면 손가락은 12시간 이내에만 접합이 되면 수술 성공률과 기능회복에 별 차이가 없다. 이는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의료진의 연구 결과로, ‘인위적으로 연기된 수지 재접합술’이란 제목으로 2015년 미국 수부외과학회지에 실린 글에서도 확인된다.

또 비슷한 내용을 담은 ‘상지 접합수술 성공을 위한 실질적 팁’이란 논문도 미국 성형재건외과학회지의 의학연수교육부분에 게재됐고, 까다로운 논문심사조건을 통과해 지난 11월 ‘이달의 영상’과 ‘이달의 사진’으로도 선정됐다. 그만큼 보관만 잘된 상태라면 수술성공률과 수술 이후 기능 회복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각종 논문 등을 통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올해 12월 유럽 수부외과학회지에는 경우에 따라 최대 72시간까지 지연되어도 손가락 접합수술이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다만 근육을 포함한 팔이나 다리 등의 접합 수술은 혈관이 연결되어 혈류가 통하는 데까지 4∼6시간의 골든타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만큼 수부 접합수술의 성공률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서 이 점을 환자들이 잘 기억해야 한다.

◆잘 보관하는 것도 중요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저 병원으로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만을 하게 된다.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만큼 절단된 부위를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W병원 측은 강조했다.

절단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당황하지 말고, 상처부위를 흐르는 수돗물이나 생리 식염수로 충분히 씻어내고 지혈하는 것이 좋다. 지혈할 때는 상처 부위를 압박붕대나 손수건 등으로 감아 최소 10분 정도 출혈 부위를 직접 압박해야 한다. 절단 부위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깨끗한 천으로 싸고, 방수되는 비닐봉지에 넣은 후 그 비닐봉지를 얼음과 같이 담아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가끔 잘 보관한다고 절단 부위를 그냥 봉투에 넣거나 얼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조직이 마르거나 얼어 접합이 어려워진다.

손가락 접합수술 후 재활치료도 중요하다. 다친 부위는 관절과 근육이 쉽게 굳어져 다양한 기구와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환부의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 물리치료는 수술 후 얼마나 관리를 해주었는지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르므로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W병원 천호준 원장은 “수지접합 수술은 신경 한 가닥을 놓치면 손끝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혈관 연결이 잘못되면 부분조직괴사 또는 절단부위 전체 괴사로 진행되어 접합 부위를 재절단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손가락 절단사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에 대해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수부외과 세부전문의가 항상 대기하고 있는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 접합 전문병원’인 W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지 접합수술을 시행하는 병원 중 한 곳으로, 수지 접합 전문병원의 인증 기준이 될 정도로 다양한 사례 확보와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고, 대한의학회로부터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받아 매년 세부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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