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Ⅳ-미국을 가다 .7] 예일대 미디어 담당이사 카렌 피어트 인터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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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4   |  발행일 2019-12-24 제6면   |  수정 2019-12-24
“인문학 교육 ‘리버럴 아츠’ 주력…과학·기술도 능통한 학생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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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는 동부 아이비리그 사립대 중의 하나로 전통적으로 하버드대와 라이벌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명문대학이다. (Jack Devlin·예일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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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 댄(Handsome Dan)은 예일대의 살아있는 마스코트다. 1889년에 앤드류 비 그레이브스 학생이 개가 상점 앞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뉴 헤이븐 대장장이에게서 5 달러에 사면서 예일 마스코트가 되었다. 현재는 예일 축구의 전설인 월터 캠프(Walter Camp)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예일의 최신 불독 월터는 2016년 9월23일에 태어났으며, 핸섬 댄 18세(Handsome Dan XVIII)다.

예일대(Yale University)는 미국 동부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시에 위치한 소위 아이비리그 사립대학 가운데 하나다. 월리엄 하워드 태프트(27대), 제럴드 포드(38대), 조지 H. W. 부시(41대), 빌 클린턴(42대), 조지 W. 부시(43대) 등 5명의 미국 대통령이 예일대 출신이고, 졸업생과 교수를 포함해 5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US NEWS & WORLD REPORTS 2020년 세계대학랭킹 12위·미국내 3위, 상하이교통대학의 2019세계대학학술순위(ARWU) 11위, 영국 QS랭킹 세계 17위, 영국 THE랭킹 세계 8위 등 세계 정상급 대학이다. 졸업 후 6개월 이내에 95.2%가 취업 또는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미국에서 풀 타임으로 일하는 졸업생들의 평균연봉은 6만4천18달러다. 상위 5개 취업처는 금융 서비스, 교육, 컨설팅, 기술 및 건강 관리분야다. 카렌 피어트 예일대 미디어 담당이사(Director University Media Relations)를 만나 예일대의 경쟁력에 대해 취재했다. 카렌 피어트 이사의 희망에 따라 인물사진은 싣지 않기로 했다.

美 대통령 5명 배출 대표적 명문
졸업생·교수 52명 노벨상 수상자
노벨상 수상자에 배울 기회 많아
의대생, 예술품 보며 관찰력 키워
교수간 서로 배우는 프로그램도

▶요즘 전세계적으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에 더 주목하는 편이라 인문계열 학문들은 홀대받는 추세인데, 예일은 인문·예술·사회학이 전통적으로 강세라고 들었다. 이렇듯 예일대 학사과정 혁신의 100년 전통 중 하나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일의 리버럴 아츠(Liberal Art)에 대하여 알고 싶다.

“그렇다. MIT와 저희가 다른 점은 STEM 등 과학과목을 전공하는 예일대생이라도 보통 STEM 지식보다 전반적인 인문학 지식을 많이 쌓게 된다. 예술, 인류학, 사회학 등의 과목을 기본적으로 이수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MIT나 스탠퍼드, 폴리텍처럼 STEM에 주력하는 학교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리버럴 아츠 과목들이 폭넓게 개설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핀터레스트(Pinterest-이용자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이미지를 핀으로 집어서 스크랩하듯 포스팅하고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2010년 1월 서비스 개시)의 창업자가 예일대 졸업생이다. 예일대 졸업생이라서 기술적인 주제나 문제들을 보다 창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예일을 독특하게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강력한 리버럴 아츠 베이스가 보다 다방면 교육으로 창의적인 학생을 만들고, 과학과 기술 방면에도 능통한 학생들을 길러낸다. 그러므로 리더십을 요구하는 어떤 자리에서든 원활히 기능할 수 있는 인물로 육성되는 것이다.”

▶예일대는 에세이 쓰기, 21세기 교육 트렌드에 따른 통계학적 추론, 그리고 외국어 배우기에 집중한다고 들었다.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예일대는 학생들에게 몰입되고 협동적이며 고무적인 환경을 제공하여, 잘 훈련된 폭넓은 지성을 키울 수 있게 함으로써 어느 직업을 선택하여도 성공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예일대 학생들은 의미있는 일을 위해 필요한 가치관과 지식을 얻고 졸업 후에도 평생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성공적인 인생의 목표를 찾아간다. 학부생 때 새로운 종을 발견하거나, 특허를 취득하고 독창적인 연구의 공동 저자가 되기도 한다. 예일에는 의대뿐만 아니라 사이언스 힐(Science Hill), 웨스트 캠퍼스(West campus) 등에서 노벨상 수상자들에게서 배울 기회를 얻는다. 그들의 연구실에서 공부하며 ‘위대한 지성’에 정기적(상시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학생들은 또한 예일에 있는 동안 국제적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다른 많은 대학처럼 다양한 해외에서의 배움의 기회나 국제 인턴십, 연구 기회들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글쓰기와 과학 프로그램, 지도 학습, 특별 세미나 등 다양하고 특별한 학문적 기회 중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예일대에서 학문간 경계를 허문 융합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 줄 수 있나.

“예를 하나 들자면 현재 의학과 의료인문학에 있어 예술, 음악, 문학, 드라마, 문예창작, 철학 그리고 역사를 이용한 의미있는 접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 관련 종사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관찰 능력을 향상시키며,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돕고, 사회의 관심사와 염려를 밝히고, 의료에 태생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대해 고심하는 방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예일의 여러 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협력하는데, 간호대학, 예술대학, 브리티시 아트 센터, 예일 아트 갤러리, 예일 뉴 헤이븐 병원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브리티시 아트 센터에서는 교수들이 수업의 일환으로 의대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아트 갤러리의 고도로 세밀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게 하며 관찰 능력을 키워준다. 그리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을 내릴 때 도움이 될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진단에 필요한 능력(관찰 능력 등)을 이 수업들을 통해 길렀기 때문에 환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일환경인문학 이니셔티브(Yale Environmental Humanities Initiative)는 역사, 문학, 종교학, 영화 미디어, 인류학 그리고 예술사와 음악사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여 모두가 문학이 자연과 결합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노력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프랭키 프로그램(Frankie Program in Science and Humanities)은 인문학의 근본적인 질문들은 과학의 기본적인 통찰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있고 과학적인 탐구는 또한 인본주의적인 지식에 의존한다는 확신 아래 건립되었다. 그리하여 강의, 컨퍼런스, 학부 수업, 교수진 세미나 등을 지원하여 학자들을 한데 불러모으고 더 넓은 예일 커뮤니티의 학생들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일종의 연합을 만들어낸다.”

▶SAL2(Scholars As Leaders & Scholars As Learners)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예술과 과학 교수진들이 학자, 선생, 그리고 대학 구성원으로서 성장을 계속하게 하는 프로그램의 총칭이다. 예술·과학 학부(Faculty of Arts and Sciences·이하 FAS) 교수진의 성장(능력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혁신과 뛰어남을 계속 키워나가기 위해, 그리고 학과와 프로그램들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동과 커뮤니티를 쌓기 위한 것이다. 저희 교수진의 탁월함을 기리고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부연 설명하면, SAL2는 ‘교수가 교수를 가르치고, 교수가 학생이 되는’ FAS에서 진행하는 획기적인 교수진의 학제간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수들이 자신의 교수법과 지적능력 향상을 위해 일정기간 학생의 위치로 돌아가서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이다. 2018년 가을학기부터 도입됐는데 학제 간 이해 및 연구촉진의 의미도 있다. 프로그램은 한 학기 동안 최대 3명의 교수는 수업과 연구부담에서 해방되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학부나 대학원에서 들을 수 있는 제도다. 교직원이 교실 반대편 책상에서 학생으로 학기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교수는 한학기 동안 2~3과목으로(비 학점 방식으로) 수업을 듣는다. 또 교수 아카데미 미니 코스는 FAS 교수가 5월 마지막 2주 동안 일주일 코스의 강좌를 개설하고 희망자들이 수강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최대 5개의 코스가 제공된다.

▶예일 교직원 불독의 날(Yale Faculty Bulldog Day)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아시다시피 예일대의 마스코트는 ‘핸섬 댄(Handsome Dan)’이라는 이름의 불독이다. 이틀 전에 이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안타깝게 놓쳤다. 실제 살아있는 개다. ‘불독 데이’ 그 자체는 매년 예일대 교수진이 참여하는 행사로, 교수진 불독 데이스(Faculty Bulldog Days)라고도 불린다. 교수들이 자신의 교실을 다른 동료 교수들에게 오픈하는 형식인데, 인문학 교수의 수업에 의대 교수가 참관하기도 한다. 공개적인 수업을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매일 예일대에서 이루어지는 심도 있는 지식의 장을 관찰할 기회가 되어 본교 학자들의 커뮤니티 유대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예일대의 역사와 시스템

학부생 전원 4년간 기숙사 생활…잭슨국제문제연구소, 2022년 전문대학원 전환


예일대 뿌리는 식민지 성직자들이 유럽 자유 교육의 전통을 구현할 현지 대학을 설립하려는 노력을 했던 16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701년 코네티컷 주의회는 대학설립 헌장을 제정했으며, 이에 따라 코네티컷 근처 세이브룩(Saybrook)에서 칼리지어트 스쿨(Collegiate School)로 개교했다. 미국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하버드대, 윌리엄 앤 메리대에 이어 세번째로 설립된 대학이다. 417권의 서적·영국왕 조지 1세의 초상화 기증과 많은 기부금을 낸 엘리후 예일(Elhu Yale)을 기념해 1718년에 예일칼리지(Yale College)로 개명했다. 여느 미국대학처럼 초기에는 성직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중심이었으나 차츰 종합대학으로 발전해 1861년 미국 최초로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미국의 오랜 명문대학들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인문·예술학문을 기반으로 학부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학부생들은 소위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에 기초한 교육을 받으며, 학부생은 입학 때 14개의 기숙사 대학(Residential College) 가운데 한 기숙사에서 임의로 배정되면 졸업 때까지 생활한다. 예일의 기숙사 대학을 통해 학생들은 소규모 학교의 응집력과 친밀감을 경험하면서도 대학의 문화 및 대규모 학술 자료를 접할 수 있다. 7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예일의 기숙사 시스템은 예일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예일대생은 졸업 후에도 기숙사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각 기숙사 대학에는 자체 식당, 도서관, 컴퓨터 클러스터, 버터, 피트니스 센터 및 음악 실습실이 있다. 모든 기숙사에는 자체 헤드(HOC-Head of college)와 학장(Dean)이 있으며 둘 다 예일 교수진이다. 헤더는 기숙대학 최고책임자이고 학장은 학생들에게 학업과 대학생활 등에 대한 개인 고문역할을 한다.

예일대는 학부인 예일칼리지와 일반대학원, 13개 전문대학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8~2019학년도 기준 학부생 5천964명, 대학원 및 전문대학원생 7천469명, 유학생 2천694명(123개국), 교수 4천739명이다. 로스쿨, 미술대학원, 건축대학원, 연극대학원 등 미국내 최정상급이며, 건축·미술·음악 등 예술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의학대학원, 산림환경대학원 등 나머지 전문대학원들도 평판이 높다.

글로벌화에 따라 국제적 이슈 및 환경문제 등에 대한 연구 및 국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이슈에 대한 접근과 학술교류, 인맥교류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예일대와 싱가포르국립대가 2011년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예일-싱가포르 국립 대학(Yale-NUS College)이 눈길을 끈다. 한 학년 250명, 140명의 교수, 180명의 직원으로 예일대처럼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Residential College)에서 생활한다. 싱가포르 및 영주권자와 유학생 비율은 약 50대 50이고, 학생 대 교수 비율은 8대 1이다. 평균 수업 규모는 18~20명이고, 총 커리큘럼의 약 30%가 리버럴 아츠 교육이다. 2018 졸업생 150명 가운데 약 15%가 컬럼비아대,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싱가포르국립대(NUS),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대(UCLA)와 같은 세계 최고의 교등교육기관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 예일대 대학원으로도 진학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난 4월6일 발표한 예일이사회(Yale Board of Trustees) 결정 사안이다. 이날 예일이사회는 예일대 잭슨국제문제연구소(Jackson Institute of Global Affairs)를 전문대학원(Yale Jackson School of Global Affairs)으로 전환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동안 잭슨국제문제연구소는 학부생들에게 오늘날 가장 시급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과학연구기법을 제공하는 학제 간 교육을 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학부생이 수강할 수있는 대표적 학제 간 프로그램이었는데 기후 변화, 전쟁과 평화, 민족 갈등, 불평등, 이주 등이 점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어감에 따라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1976년 경영대학원(Yale School of Management) 설립 이후 무려 43년 만으로 2022년 가을학기에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일잭슨글로벌학교(Yale Jackson School of Global Affairs)는 경제, 정치 과학, 인문학, 법률 및 공중 보건과 같은 다양한 학문 및 전문 분야 교수가 참여하며, 예일대의 강점인 축적된 글로벌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국제 이슈에 대한 접근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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