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식객단이 추천하는 이집 어때!] 제주를 닮은 브런치 카페 ‘제주가는 길’

  • 박종진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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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6   |  발행일 2019-12-26 제14면   |  수정 2019-12-26
전복죽·한라봉샐러드·오설록밀크티 ‘대구서 맛보는 제주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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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 빵위에 으깬 제주감자를 올린 오픈샌드위치와 제주당근 한라봉 착즙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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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살치살 스테이크와 주황색 당근 퓨레가 식욕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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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내장과 곁들이는 알리오 올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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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 장식이 인상적인 제주가는 길의 내부 모습. 큰 창을 내고 출입문을 없애 좁은 공간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색있다. 대구이면서 대구가 아닌 듯한 분위기가 난다. 심플하고 모던한 건축물과는 분명 다른 매력이다. 특히 건물 하단부를 장식하고 있는 현무암이 이색적이다. 제주도의 감성이 묻어있다. 프레임을 생략하고, 시멘트 모르타르로 마감한 유리창들도 눈길을 끈다. 옛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뼈대를 남겨 복고미를 살렸다. 버려진 폐가를 리모델링한 덕분일까.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정감있다.

오래됐지만 활기찬 공간이다. 입구 앞에 세워진 갖가지 크기의 원목과 작은 테이블, 의자를 대신하는 시멘트 블록,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옥상에 쳐놓은 하얀색 그늘막도 감성 포인트다.

검은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운터가 나온다. 카운터를 기준으로 오른편에 크기가 다른 2개의 공간이, 왼편에 또 하나의 공간이 위치한다. 내부는 개방감 있고, 안락하다. 큰 창을 내고 출입문을 모두 없애 좁은 공간의 갑갑함을 상쇄시켰다. 공간마다 한쪽 벽면을 현무암으로 꾸민 것도 인상적이다. 곳곳에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들이 있어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이미 SNS상에선 ‘핫플’로 통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도 꽤나 운치있다.

파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제주를 닮은 공간을 꾸민 이는 김홍 대표다. 오너셰프인 그는 이곳만큼이나 독특하다. 미술 공부를 하다 음대로 진학했고, 요리에 꽂혀 이탈리아까지 다녀왔다. 귀국 후 대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페 등을 운영하다 훌쩍 제주로 떠났다. 섬에서는 또 건축과 공연 기획에 매달렸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대구와 제주를 오가던 그는 2017년, 머릿속으로만 구상해오던 일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제주의 돌집을 대구로 옮겨놓는 작업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브런치 카페 ‘제주가는 길’이다.

요리에도 제주의 감성이 묻어있다. 제주감자 오픈샌드위치, 한라봉샐러드, 제주바다 활전복 내장죽, 우도 땅콩크림 아인슈패너, 오설록 허니달고나 밀크티 등 메뉴부터 제주 일색이다.

푸른색 그릇에 담겨져 나온 전복죽은 제주산 전복 내장을 넣어 깊은 맛이 배어난다. 찰보리와쌀을 적절히 배합해 구수하고 찰지다. 새우 머리를 눌러 나오는 내장과 곁들이는 알리오 올리오도 인상적이다.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새우는 등쪽 껍질을 열어놔 까먹기도 편하다.

주황색 당근퓨레 위에 올려진 살치살 스테이크는 군침을 돌게 한다. 살치살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함이 살아있다.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등 가니쉬는 주메뉴를 돋보이게 한다.

한라봉샐러드 역시 다양한 채소와 한라봉청 소스가 어우러져 상큼한 맛을 낸다. 브런치 메뉴가 부족하면 카페 뒤쪽에 위치한 ‘살롱 드 제주’를 방문하면 된다. 제주가는 길의 레스토랑 버전이다. 음식을 먹고 힐링되는 곳이 곧 ‘파인다이닝’이라는 김 대표의 철학에 따라 ‘문턱(가격)’을 낮췄다.

김 대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재능기부를 통해 청년 사업가들을 도와 대구가 전국적인 음식특구로 거듭나길 꿈꾸고 있다. 특히 낡은 주택을 활용한 도심재생에 관심이 많다. 초기자본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서다. 카페도 청년들의 소통 공간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제주 감성이 듬뿍 느껴지는 공간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대구 수성구 파동 249-1. 매일 오전 11시~오후 8시. 노키즈존.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김유성 식객의 한줄평

‘대구에서 만나는 제주의 감성’. 당장 제주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이곳을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제주 내음 가득한 전복죽과 한라봉 주스를 맛볼 수 있는 힐링 공간.

◆평점(5점 만점): 맛 ★★★★ 분위기 ★★★★★ 친절도 ★★★★ 가성비 ★★★★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식객단’은 지역 음식 홍보와 맛집 정보 전달은 물론, 음식문화개선을 위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공동기획지원 :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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