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시내버스 막차시간 조정 왜 안 되나

  • 논설실
  • |
  • 입력 2019-12-26   |  발행일 2019-12-26 제31면   |  수정 2020-02-18

대구 시내버스 막차가 빨리 끊겨 대중교통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14년간 1조2천141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지원금이 투입됐지만, 운행 시간 연장과 중간 하차 축소 등의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구 시내버스는 현재 일률적으로 밤 11시30분까지 운영되고 있다. 막차가 광주(밤 11시45분), 부산·대전(0시30분), 인천(새벽 1시)보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30분 일찍 끊긴다.

최근 밤 11시20분쯤에 마지막 시내버스를 탔다가 10분이 지난 후 경유 정류장에서 운행시간이 종료됐다며 하차 당한 영남일보 기자의 취재기(12월25일자 1면 보도)는 대구시내버스 막차 운행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이렇게 시내버스 막차가 종점까지 가지 않고 중도에 승객을 하차하는 노선은 총 116개 노선 중 73%인 85개 노선에 이른다고 한다. 밤늦게 종점까지 가려고 시내버스를 탄 승객이 중도 하차 당할 경우 얼마나 황당할지는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대구시의 이러한 심야버스 운행제도는 심야버스를 확대하는 타 시·도와 대비된다. 예를 들어 부산시의 경우 최근 도시철도가 끊기는 심야 대중교통 수요를 위해 새벽 2시30분까지 운행하는 심야버스 노선을 기존 6개에서 16개 노선으로 늘렸다. 서울시도 177개 시내버스 노선이 운행하는 서울역의 대중교통 수요를 위해 밤 11시30분 이후에도 37개 노선(20.9%)을 운행하고 ‘올빼미 버스’(밤 11시40분~오전 6시) 제도를 도입해 시민불편을 해소해 주고 있다. 부산시와 인천시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각 역에 심야 시내버스 운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대구의 대표적 관문인 동대구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의 경우 막차가 너무 일찍 끊겨 해묵은 민원대상이 되고 있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대구가 밤에도 활기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동대구역과 서문시장 등 특정 노선의 경우 심야버스 운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왔으나 대구시는 귀를 닫고 있다.

준공영제는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 세금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대구시는 버스 기사들의 추가 임금 문제, 택시 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막차시간 조정을 못한다고 하는데 그럼 서울시와 부산시는 아무 문제가 없어서 심야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가. 타 시·도도 심야버스 운행 초기에는 승객이 없어 회의감을 많이 가진 모양인데, 심야버스제도가 정착하면 승객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