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세렝게티’ 야생의 지배자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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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33면   |  수정 2019-12-27
케냐 ‘마사이 마라’를 가다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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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촬영지인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 마라’에서 표범 한 마리가 한낮의 땡볕을 피해 낮잠을 청하러 나무 위에 올라가고 있다(위).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의 광활한 초원에 치타 한 마리가 누워 주변을 살피고 있다. 치타는 최고 시속 110㎞를 달린다. 사바나의 포유류 중 가장 빠르다. 단독으로 하루에 한 번 사냥을 한다.

영화 ‘라이온킹’의 무대인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 이곳에 가면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심바와 품바’(스와힐리어 각각 사자와 멧돼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심바는 콘크리트 우리 안에 갇힌 채 소일하는 달성공원의 사자와 달리, 거대한 초원에서 야생의 최강자로 군림한다. 그는 ‘사바나의 룰’에 따라 스스로 생존해 간다. 품바는 한국의 멧돼지보다 몸집이 작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이 둘이 친구가 된다는 건 영화속 상상일 뿐 야생에선 오직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만이 존재한다.


땅거미가 지고 황혼이 깃들면 초식동물에겐 온통 긴장의 연속이다.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목숨을 부지할지 못 할지는 오직 신만이 판단한다. 그래서 이곳의 인사 ‘잠보’(스와힐리어 안녕)는 특별하다. 사바나에서의 ‘잠꾸러기 잠보’는 먹잇감이 되니 늘 깨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보니엠의 노래 ‘잠보,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 안녕, 문제 없을거야)는 초원의 약자인 가젤과 임팔라를 위한 위로의 노래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바나의 룰’은 인간의 정글세계와 달리 반칙과 특권이 없다. 생태계의 균형은 철저한 먹이사슬의 관계 속에서 유지된다. 사바나에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이 다 자연의 순환과 흐름 속에 맞춰져 있다. 사자는 배가 고플 때만 사냥하며, 하이에나와 독수리들을 위해 먹이를 남겨둔다.

마사이 마라는 마사이족의 땅이다. TV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실제무대이며, 타잔과 모글리가 사는 밀림과 정글이 아니라 ‘세렝게티’(스와힐리어 끝없는 초원) 다. 평원의 지평선은 바다의 수평선과 닮았다. 드문드문 엄브렐러 트리와 부시(덤불)가 망망한 평원에 악센트를 준다.

인간은 이곳을 ‘야생동물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이곳이 터전인 동물들은 그렇게 느낄 것 같지 않다. 야심한 밤을 제외하곤 새벽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애니멀 워칭’을 하러 온 인간들의 4륜구동 자동차가 하루종일 소음을 뱉어내며 잠을 방해하고, 열기구까지 날아다니며 그들을 쫓기 때문이다.

마사이 마라의 대자연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특히 동이 트고 질 때의 풍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일상의 삶이 건조하고 팍팍하다고 느낀다면 마사이 마라에 가보라. 자연속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야생동물 촬영은 케냐에 25년째 거주하고 있는 대구출신 김병태 야생동물사진가의 협조를 받았다. 케냐한인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Wild Emotion’을 비롯한 여러 권의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국내외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 나이로비국립박물관에 그의 사진 3점이 영구소장돼 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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