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침묵이라는 무기’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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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38면   |  수정 2020-09-08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가나출판사·271면·2019.10·14,500원)
‘카톡카톡’‘딩동딩동’ SNS 사회 속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살고 있다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침묵이라는 무기’

우리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사는 듯하다. 특히 최근에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문자메시지와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다. 소위 SNS라는 것이 사회를 거미줄처럼 연결시켜 놓아 잠시라도 조용히 침묵할 수 없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카톡’ ‘딩동딩동’ 울려대며 무언가 신호를 보내오고, 간단없는 진동으로 살을 떨리게 한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침묵이라는 무기’란 이 책은 새삼스럽게 오래된 화석 속의 공룡 같은 침묵의 힘을 일깨워준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코르넬리아 토프가 쓴 이 책은 언어의 소음 속에서 헤매고 있는 현대인에게 침묵의 가치를 일깨우는 나직하지만 힘있는 웅변처럼 들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은 고요한 침묵의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소음 중독에 빠져있는 듯하다. 잠시라도 정적의 상태가 되면 오히려 불안해 한다. TV 생방송 중 1분간 쉬어가는 시간에도 우리는 광고를 들어야 한다.”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침묵이라는 무기’
<사>대구독서포럼 이사·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그렇다. 우리는 미디어에 지배당하고 있어서, 잠시라도 침묵에 들면 오히려 불안을 느끼도록 중독되어 있고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심각한 불안을 느낀다. 흔히들 논쟁에서 말을 적게 하면 지는 것처럼 생각하여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입을 다물어 보라는 것이다. 입을 다무는 것이 지식이나 권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소통방식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법정에서는 모든 피고인에게는 ‘묵비권’이 있다.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은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다. 법정에서조차 사용될 정도로 침묵은 유익한 것이다.”

대화를 하면서 입을 다물면 상대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야말로 상대에게 동등권과 존엄성을 빼앗는 행위라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관심과 애정, 존경을 선사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친구는 말을 잘하는 친구가 아니라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다.

연설이나 말을 하면서도 ‘잠깐 멈춤’은 말의 무게를 실어준다. 청산유수처럼 끊이지 않고 쏟아내는 말보다 잠깐 멈추면서 주위를 돌아보고 미소를 짓거나 표정을 바꾸면서 청중과 눈을 맞출 때 더 많은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회사 내에서의 예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존경하는 여러분(말을 쉰다). 30년 근속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말을 쉰다). A씨는(말을 쉰다), 지칠 줄 모르는 분이시지요(말을 쉰다). 언제라도 믿을 수 있는 분입니다(말을 쉰다). 개발부의 버팀목이죠.” 회장의 이 찬사는 간략한 말과 효과적인 멈춤으로 이루어진 명품 문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침묵 연습을 하도록 권한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고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고요는 주위의 소음 유무와 관계없이 집중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거의 모든 종교에는 나름의 명상법이 있고 침묵 의식이 있다. 그리고 모든 종교는 그 침묵의 시간을 더 높은 힘과 직접 접촉하는 시간으로 본다. 침묵은 지고의 존재에게로 가는 직접적이며 가장 쉬운 길이고, 명상은 침묵을 만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행사 중에 짧은 시간이지만 묵념의 시간이 가장 엄숙하고 깊은 생각을 하는 시간임을 기억하고, 되도록 말을 줄이도록 노력해 보자.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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