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곰탕집·김건모 性범죄 사건과 피해자 진술 ‘갑론을박’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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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38면   |  수정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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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6일 ‘제 남편의 억울함을 좀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커뮤니티에 게재 되었다. 글의 내용은 ‘신랑이 2017년 11월경 대전 소재 곰탕집에서 접대자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순간 여자랑 부딪혔는데, 그 여자가 신랑이 본인의 엉덩이를 만졌다며 경찰을 불렀고, 이후 신랑이 재판을 받고 징역 6월의 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었다’며 당시 곰탕집의 CCTV 영상도 함께 공개되었다. 그리고 위 글이 올라온 다음날 위 사건의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 사건이 바로 소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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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판결문 공개되자 지지vs 비판‘팽팽’
피해 여성 진술만으로 ‘충분’‘미흡’

유튜브 채널 통한 김건모 성폭행 의혹
범행시기 오래되고 범행장소 폐쇄공간
성폭행 피해 여성 진술에 의존성 높아
가수측 허위사실 주장, 무고 고소 상황

범죄는 처벌·무죄추정 원칙도 지켜야
기관·법원의 중용…합리적 사회 기대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1심 판결 선고 이후 피고인(신랑)의 항소로 항소심(2심)이 진행되었고, 항소심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가 되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다’는 취지로 상고를 하였고, 대법원은 지난 12일 ‘피해자 등의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없이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원심의 형을 그대로 확정하였다.

판결의 정당성 혹은 타당성에 있어서 전문가들의 견해는 각종 설문조사 및 휴민트조사를 종합해보면 판례의 입장을 조금 더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중의 시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판결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갑론을박’이 판결 이전보다 더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여성의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주장도 있고, 반대로 사건의 경위와 피고인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 때문에 충분히 유죄가 인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사법부의 마지막 판단주체인 대법원의 판단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논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법률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미투(Me Too)사건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여성인권이 신장되는 계기를 가져왔다. 미투사건의 기초가 되는 ‘강제추행 및 강간’ 등 성범죄 사건은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와 가해자만 있는 은밀한 곳에서 범죄가 발생하여 주된 증거자료가 주로 양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성역 없는 수사와 법원에서 ‘성인지 감수성’ 등의 성범죄 사건의 판단에 대하여 새로운 법리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우리 사회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필자가 올해 마지막 칼럼에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미투를 언급한 이유는 다름 아닌 ‘김건모 성폭행 의혹 사건’ 때문이다. 김건모는 1990년대에 ‘핑계’ ‘잘못된 만남’ 등으로 대중가수를 넘어 국민가수의 반열에 올랐고, TV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등을 통해 대중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최근에는 열살 이상 차이나는 연하의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양가 상견례까지 거치면서 그의 결혼 소식을 대중에게 알렸다.

하지만 최근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에 관해 방송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건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모 유흥업소에서 여성 A씨를 성폭행하였다’는 것이다. 위 방송 이후 김건모의 소속사 측에서는 즉시 의혹을 제기한 방송 부분에 대하여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A씨 등을 무고 등으로 고소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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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에 대하여 예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다만, 이 칼럼을 통해서 김건모 사건과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연관성에 대한 필자의 단상을 조금 쉽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중요시 된 쟁점은 피해자 여성의 진술이었다. 피고인 및 변호인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비경험적이지 않으며, 모순점이 없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이야기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 이상 피해자의 진술을 믿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김건모 사건의 경우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에서는 CCTV 같은 객관적·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A씨의 진술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범행시기가 상당히 지났고, 범행 장소 역시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김건모 성폭행 의혹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해자의 진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향후 김건모 성폭행 의혹 사건의 진행방향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보인다.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면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형사상 대명제 중 하나이므로 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결국 중용의 정신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위 사건들에 대한 인터넷의 각종 게시글 및 댓글의 상당수가 30대 남성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일원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수사기관과 법원의 중용을 통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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